본문 바로가기

[사설] 한·일 기업인 입국 허용은 관계 복원 출발점

중앙선데이 2020.10.10 00:20 706호 30면 지면보기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한·일 양국 간 대립이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부터 양국 사이에 ‘기업인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되면서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지난 3월 9일부터 한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한 지 7개월 만이다. 일본은 당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사전 논의 없는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맞대응 차원에서 같은 날부터 사증 면제 조치를 전면 중단했다. 이후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73개국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그제부터 7개월만에 기업인 특별입국
1000만명 교류 복원의 첫걸음에 불과
서로 양보해 정상적 관계로 돌아가야

우리는 양국의 이 같은 협력적 조치를 환영한다.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로 끝없는 갈등을 벌여왔지만, 냉철하게 보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생활 관습과 정서 등 문화적 차원으로 보나, 상호의존성이 높은 경제 분야, 나아가 동북아 평화라는 안보 차원에서도 협력이 불가피하다. 지정학적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는 양국의 그런 관계를 재차 확인해주고 있다. 그간 비자 발급이 중단되면서 수많은 기업인은 속을 태워야 했다. 일본에 사업장을 두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쳐도 주재원을 교체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 7개월간 두 나라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양국 기업인들이 다시 오갈 수 있게 된 것은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제부터 시행된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로는 한때 1000만명이 오갈 만큼 활발했던 인적 교류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 특별입국절차의 ‘비즈니스 트랙’은 입국 후 격리 조치 없이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지만, ‘레지던스 트랙’으로 입국하면 14일간 자택 등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각 분야에서 단절된 교류를 재개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마침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축하 서한을 보내자 답장을 보내오고 전화통화도 하면서 양국 정상 간 개인적 신뢰를 쌓아나가고 있다. 두 나라는 정부 간 갈등과 달리 최근 들어 양국 국민 사이에는 반일·혐한 감정이 차츰 누그러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문제만 해소되면 가장 가고 싶은 해외 관광지로는 일본이 꼽히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이태원 클라스’ ‘사랑의 불시착’ 등 한류 드라마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정부 간 소모적인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산적한 협력 이슈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배려해 걸림돌은 제거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시작한 수출규제 같은 경제적 압박은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양국 경제가 공급사슬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서 어느 쪽의 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으로서도 내년 7월 하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개회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바로 이웃 나라부터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안보 차원에서도 협력할 일이 많다. 올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공하려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우호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 대법원의 징용근로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문제가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법적 판단은 존중하되 한국 정부는 과거에도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특별법 제정에 따른 정치적·행정적 해법도 함께 모색해 일본에 퇴로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업인이 오가고 양국 정상이 대화의 물꼬를 튼 지금이 바로 그때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