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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m 고가사다리차 울산엔 없어…부산·세종서 빌려왔다

중앙선데이 2020.10.10 00:02 706호 10면 지면보기
9일 오전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오전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울산에 있는 33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큰불이 발생해 93명에 이르는 입주민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작 고층 화재 진압에 쓰이는 고가사다리차가 울산소방본부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3층 113m 건물 화재 진압 문제
고층용 사다리차 전국에 10대뿐
스프링클러도 고장, 진화 어려워
빠른 대응 못 해 15시간 만에 진압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천안 을)이 8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 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으로, 주상복합 건물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울산소방본부에는 70m 고가사다리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일 밤 11시 7분쯤. 불길은 12층에서 시작돼 33층 전체로 번졌다. 울산소방본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화재가 커진 데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터지고 옥상 수조에 물이 고갈돼 진화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소방본부는 헬기까지 투입해 화재진압을 했지만, 불길은 9일 오전 6시 15분쯤 다시 피어올랐다.
 
이날 새벽 2시에 현장에 출동해 지휘에 나선 정문호 소방청장은 불씨가 되살아나자 서울과 부산·대구·세종 등 8개 시도에 고가사다리차를 비롯한 특수장비 동원령을 발령했다. 울산지역에 고가사다리차가 없었던 탓에 추가로 화재진압을 위해 서울과 경기, 부산과 세종에서 총 4대의 70m 고가사다리차가 투입됐다.
 
임주택 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 사다리차 높이가 낮아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파트 높이는 113m인데 울산에는 (사다리차가) 52m가 최고 높이여서 부산에서 72m 사다리차를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약 15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 50분에 화재가 진압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 진압으로 귀 부위에 화상을 입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총 90명이 경상을 입었고 중상자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울산소방본부 측은 초기 중상자로 분류됐던 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인명은 총 77명으로 초기 화재가 발생했던 12층에서 4명이, 28층에서 23명, 옥상에서 26명이 구조됐다.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일반 사다리차는 461대에 이른다. 하지만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과 경기·인천이 각각 2대를 보유하고 있고 부산과 대전·세종·제주에 1대씩이 있다. 경기소방본부는 2021년에 1대를, 충남소방본부는 2023년에 1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4692개이며, 이 중 3885개가 아파트다. 나머지 690개는 복합건축물, 90개는 업무시설인 것으로 파악됐다. 숙박시설은 18곳이며, 공장은 5곳이 30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층 아파트와 건물이 늘어나면서 화재 진압에 고가사다리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각 시·도 소방본부별로 확보한 예산 상황에 따라 고가사다리차 배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울산 주상복합 건물 화재가 1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울산소방본부에 고가사다리가 있었다면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며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건축자재·소방시설·화재대응 장비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고층건축물에 대한 화재 대응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울산=백경서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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