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시트·에어백·안전벨트 재활용 패션…고물이 보물 됐네

중앙선데이 2020.10.10 00:02 706호 19면 지면보기

현대차 ‘리스타일 2020’

올해 스물아홉인 영국의 리차드 퀸(Richard Quinn)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패션 디자이너다. 2018년 2월 영국 여왕이 사상 최초로 참석한 런던패션위크 쇼의 주인공으로, 여왕으로부터 직접 ‘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최초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화려한 색상과 현란한 문양의 프린트가 장기인 그는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공생,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한데, 그가 이번에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자동차 제작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와 폐기물을 이용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프로젝트 ‘리스타일(Re:Style) 2020’이다. 자동차 산업과 패션 인더스트리의 이종결합이라는 면에서 화제를 모은 기획이다.
 

자동차 제작 후 남은 자투리 활용
조끼·코르셋·가방 등으로 변신
글로벌 패션브랜드 6곳과 협업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성’ 관심
이종 산업과의 협업에서 길찾기

그는 생산 과정에서 불량이 나 버려지는 에어백을 메인 옷감으로 삼아 자신의 시그니처 패턴 중 하나인 블루앤화이트 꽃무늬를 프린트한 코르셋을 만들었다. “다른 산업에서 쓰이고 난 뒤 버려지는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다. 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현대차와 함께 진행한 것은 매우 흥분되는 작업이었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재활용 품목, 참가 브랜드 대폭 확대
 
1 이엘브이 데님의 점프슈트. 2 푸시버튼의 조끼. 3 ‘리스타일 2020’에 참가한 6팀의 디자이너. 4 퍼블릭 스쿨의 유틸리티 베스트. 5 리차드 퀸의 코르셋. [사진 현대자동차]

1 이엘브이 데님의 점프슈트. 2 푸시버튼의 조끼. 3 ‘리스타일 2020’에 참가한 6팀의 디자이너. 4 퍼블릭 스쿨의 유틸리티 베스트. 5 리차드 퀸의 코르셋.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리스타일’ 프로젝트는 올해가 두 번째. 지난해 9월에는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제로+마리아 코르네호(ZERO+Maria Cornejo)’와, 11월에는 중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리클로딩 뱅크(Reclothing Bank)’와 협업해 폐기되는 자동차 가죽 시트를 활용한 의상을 각각 선보였다. 올해는 활용 품목을 에어백·자동차 유리·안전벨트로 확대하고, 참가 브랜드도 총 6곳으로 늘렸다.
 
알리기에리(Alighieri)는 독특한 소재로 주얼리를 만드는 영국 브랜드다. 디자이너 로쉬 마하타니(Rosh Mahtani)는 지난 2월 주얼리 브랜드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폐차의 유리와 안전벨트로 목걸이와 초커(목장식), 팔찌를 만들었다. “버려지는 것을 활용해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우리 브랜드가 가진 방향성이기도 하다. 업사이클링은 완벽하지 않은 무언가를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신나는 일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보물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모토 삼아 자투리가 거의 나오지 않게 옷을 만들고 재활용 소재도 활용하는 런던의 친환경 브랜드 이엘브이 데님(E.L.V. DENIM)은 생산 과정에서 자동차 시트의 자투리 가죽과 데님을 믹스매치해 모던한 이미지의 점프슈트를 제작했다.
 
또 미국 뉴욕의 디자이너 다오이 초와 맥스웰 오스본(Dao Yi Chow & Maxwell Osborne)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은 에어백에 안전벨트를 어깨끈으로 덧댄 유틸리티 베스트를, 한국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pushBUTTON)은 에어백 본연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낸 조끼를 각각 내놨다.
  
13일부터 런던 셀프리지스에서 한정 판매
 
동물성 원단과 제품은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뉴욕의 고급 여성복 브랜드 로지 애슐린(Rosie Assoulin)은 차량의 자투리 카펫 원단으로 세련된 토트백을 선보였다.  
 
로지 애슐린은 “우리 모두는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재생하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며 “자원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 버려지는 소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 무언가를 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일 현대차와 각 브랜드의 SNS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공개된 ‘리스타일’ 컬렉션은 13일부터 2주간 런던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스(Selfridges) 내 팝업 스토어와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정 수량이 판매된다. 판매로 조성된 수익금은 영국패션협회에 친환경 패션 홍보 사업 지원금으로 기부된다. 현대차는 이번 프로젝트가 친환경차 개발부터 폐기물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친환경 자원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 방식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로젝트를 총괄 진행한 현대차 고객경험본부 조원홍 부사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지속가능성이 개인의 삶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리스타일’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폐기물을 가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하고 패션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