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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게이트' 확산할까…"靑 수석 로비" 증언 나온 라임 사태

중앙일보 2020.10.09 18:44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이른바 ‘라임 사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로비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처음 불거진 2019년 10월 1일부터 만 1년이 지난 상황에서, 라임 사태 수사·재판 진행 상황을 정리했다.
 

①펀드 사기, 불완전 판매

라임 사태의 시작은 이 운용사가 판매한 무역금융펀드가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다. 이 펀드는 지난 2018년 11월 27일부터 2019년 7월 17일까지 1611억원 어치가 팔렸다.
 
그런데 이 펀드가 투자한 미국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부실로 청산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IIG는 2018년 11월 17일 이 사실을 신한금융투자에 통지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는 대신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일부 은행·증권사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달 25일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무역금융펀드 투자 구조를 변경해 투자자를 속였다는 이유에서다.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2000억 원어치를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사금융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투자자 피해 복구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②투자자 돈 놓고 도피·배임·뇌물  

피해자 구제 문제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라임 사태를 일으킨 핵심 인물은 재판에서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달아났던 김봉현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4월 23일 검거된 이후 관련 재판에 속도가 붙었다.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를 통해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595억원을 투자받고, 이 중 517억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향군 상조회(290억원과 90억원대 부동산), 수원여객(161억원) 자금·자산을 횡령한 의혹도 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달아난 이 전 부사장의 혐의는 배임수재와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300억원)을 투자해 준 대가로 14억원 상당의 시계·가방·승용차비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라임이 투자한 회사(지투하이소닉)의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사장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향후 다른 혐의를 조사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이 전 부사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김정수 리드 회장은 자금 횡령(약 440억원) 의혹을 받는다. 지난달 7일 첫 공판에서 김정수 회장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이미 실형을 받은 관계자도 있다. 김모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운용본부장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 7일 김모 씨에게 징역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환매가 중단된 라임 자금(195억원)을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하고, 골프장 회원권 등 향응을 받았다.
 

③펀드 자금 횡령·유용

검찰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압수수색한 서울 서초구 재향군인회 건물. 연합뉴스

검찰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압수수색한 서울 서초구 재향군인회 건물. 연합뉴스

핵심 관계자 이외에도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돈이 어디에,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9일 현재 재판 중인 사건만 19개다.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이 지분을 사들인 자동차 부품 업체와 화장품 소품 제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펀드에 투자한 금액으로 ‘기업사냥’을 했다고 본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4년 동안 1조2000억원을 투입해 40여개 코스닥 기업에 투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가 주가를 조종해 시세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는다. 주식 대량 보유 보고 공시를 누락한 혐의도 있다. 이 회사 실소유주는 오는 12월 법정에 선다.
 
화장품 소품 제조사 관계자도 부당하게 라임 자금을 빼돌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거나,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혐의를 부인하는 이 회사 관계자들은 오는 14일 공판이 예정돼 있다.
 

④권력층 로비 의혹…정·관계 불똥 튀나

펀드 자금을 빼돌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경을 봐준 이른바 ‘뒷배’가 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투자금 회수를 우려하는 피해자에게 장 전 센터장은 청와대 파견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금융감독원 김 모 팀장의 명함을 보여주며 “라임 건을 이 분이 다 막았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지난달 18일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금융감독원의 기밀을 유출하고 김봉현 전 회장에게 3700여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다. 그의 동생은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일하며 1900여만원을 받았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연합뉴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연합뉴스

남은 건 권력층과 정치인 로비 의혹이다. 정치권 인사 중에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로 구속기소 됐다. 김봉현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씨는 지난달 16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6일 다시 법정에 선다.
 
여당 의원도 조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최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 전 회장은 기 의원에게 수천만 원과 고가의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환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모 의원은 기동민 의원과 함께 지난 2015년 필리핀 리조트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기동민 의원과 이모 의원을 김봉현 전 회장에게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김모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역시 검찰 소환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계좌를 추적해 김봉현 전 회장이 김모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⑤김봉현 전 회장, 법정서 로비 증언

라임 의혹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는 상황에서 9일엔 구체적인 권력층 로비 증언이 나왔다. 김봉현 전 회장에게 이상호 위원장 등 정계 인사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 공판에서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나온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이강세 대표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고 증언했다.
 
폭탄 발언을 계기로 검찰 로비 의혹 수사가 탄력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봉현 전 회장이 자금 지급의 방식과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 이후 법정 증언을 보고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김봉현 전 회장의 진술을 수사하지 않은 배경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운데).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운데). 연합뉴스

검찰 조사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첫째, 김봉현 전 회장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다. 김 회장 진술에 대해 강기정 전 수석은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터무니없는 사기·날조”라고 반박했다.
 
둘째, 김봉현 전 회장은 실제로 돈을 지급했지만, 이모 대표가 이른바 ‘배달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다. 이날 법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강세 대표가 강기정 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강세 대표는 “강 전 수석을 만난 적은 있지만, 김봉현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마지막 가능성은 강기정 전 수석이 실제로 뇌물을 받았을 경우다. 강 전 수석은 “진위도 밝혀지지 않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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