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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감독 좋아하는 키움, 마무리는 항상 시끄러웠다

중앙일보 2020.10.09 11:21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전 넥센 히어로즈)는 파격적으로 감독을 선임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2008년 창단 때 선임한 이광환 감독, 2009년 임명된 김시진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 경험이 있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선임이었다. 그러나 넥센이었던 2013년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부터 파격의 길을 걸었다.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경엽 감독. [중앙포토]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경엽 감독. [중앙포토]

 
당시 염 감독의 발탁을 놓고 '의외'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전 구단들이 우승 경험을 가진 지도자나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선임한 것과는 정반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태평양과 현대에서 내야수로 뛰었으나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백업선수였다.
 
그런 염 감독 부임 후, 넥센은 하위권에서 탈출했다. 넥센은 창단 이후 8개 팀이 경쟁하는 정규리그에서 7→6→7→8→6위로 부진했다. 그러나 2013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2위로 준우승을 거뒀다. 이후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 팀이 됐다. 
2016년에도 3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해 넥센은 시즌 중반 '염 감독이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염 감독이 소문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하자 기자회견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사퇴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사퇴 결심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선임된 장정석 감독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장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2004년 KIA 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현대·넥센에서 1군 매니저, 운영팀장 등 프런트로 일했다. 
 
장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17년 7위로 부진했지만, 2018년에는 4위로 다시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그리고 키움으로 이름이 바뀐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에서 3위를 기록,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잘 싸웠다. 비록 준우승을 거뒀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 감독의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시즌이 마무리 된 지난해 11월 초 갑자기 재계약 불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키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장정석 감독. [뉴스1]

지난해 키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장정석 감독. [뉴스1]

 
이후 손혁 감독이 선임됐다. 키움과 SK에서 투수코치로 경력을 쌓았지만, 역시나 감독 경험은 없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령탑이 된 손 감독은 "팀 운영을 잘하겠다"며 의욕이 충만했다. 올 시즌 중반 1위 NC 다이노스를 승차 없이 바짝 뒤쫓으면서 선전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기복을 보이면서 8일 현재 3위를 기록하고 있다. NC와는 8경기 차로 벌어지면서 11경기가 남은 키움 입장에서는 1위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승을 목표로 세웠던 키움 입장에선 아쉬운 성적일 수 있지만,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승부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손 감독은 몇 경기가 안 남은 8일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9일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상위권 팀의 감독이 정규시즌 마무리 단계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KBO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8일 사퇴한 손혁 감독. [연합뉴스]

8일 사퇴한 손혁 감독. [연합뉴스]

 
키움이 자랑하는 파격 감독의 마지막에는 매번 의문점이 남았다. 온갖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했다. 그중 항상 언급되는 사퇴 이유로는 '구단 수뇌부의 잦은 간섭과 압박'이었다. 염 감독은 이장석 당시 대표, 장 감독과 손 감독은 허민 이사회 의장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키움 구단은 공식적으로는 "그런 갈등은 아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에 변화를 주기 위해 새 감독을 선임했다" 등이라고 했다. 그러나 벌써 파격 선임이 파격 이별로 이어진 사례가 세 번이나 된다. 이쯤 되면 네 번째 사례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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