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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최강 되면 어떨까···평화국가? 그건 힘없을 때 얘기

중앙일보 2020.10.09 05:00

중국이 세계 최강이 되면 어떻게 될까?

당나라 황실을 다룬 영화 '황후화'의 한 장면. [사진 소니픽처스]

당나라 황실을 다룬 영화 '황후화'의 한 장면. [사진 소니픽처스]

21세기 ‘중국의 부상’ 이후 생겨난 질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단언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악몽 같은 권위주의 체제”일 거라고. 물론 중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마이클 슈만.[마이클 슈만 페이스북 캡처]

마이클 슈만.[마이클 슈만 페이스북 캡처]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역사에서 힌트를 얻을 순 있다. 중국 전문가 마이클 슈만의 생각이 그렇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타임, 포브스 등에서 베이징을 중심으로 아시아 특파원 생활을 16년간 한 기자 출신 학자다. 슈만은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에 쓴 글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항상 강대국이었다”며 “중국 역대 왕조의 외교 정책을 보면 현대 중국이 권력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슈만이 예측한 ‘세계 최강대국 중국’이 벌일 행동을 소개한다. 

평화국가?…힘 생기면 정복 전쟁할 것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중국은 평화롭고 개방적이며 공동의 발전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럴 때마다 중국이 내세우는 근거가 있다. 역대 중국 황제가 무력 사용을 꺼렸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 말라카에 있는 정화 부조상.[사진 셔터스톡]

말레이시아 말라카에 있는 정화 부조상.[사진 셔터스톡]

명나라 ‘정화(鄭和)의 원정’은 이때 드는 단골 사례다. 15세기 초 정화는 항해를 통해 인도와 아프리카까지 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침략하지 않았다. 정화의 원정 60여 년 뒤 ‘지리상의 발견’을 한 이후 식민지 침탈을 19세기까지 자행한 유럽과 다르다는 거다.
[CNAS 캡처]

[CNAS 캡처]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역대 중국 왕조가 동아시아 이웃 국가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만 맞다. 힘이 강대해지면 중국은 여지없이 주변국을 침략했다. 한나라와 당나라는 중앙아시아와 한반도로 영토를 넓혔다.  
청나라와 현대 중국 영토. [중앙포토]

청나라와 현대 중국 영토. [중앙포토]

청나라는 중국 최대 정복왕조다. 잦은 전쟁으로 티베트와 신장위구르까지 점령하며 중국 역사상 최대 강역(疆域)을 만들었다. 현대 중국의 영토도 청나라가 만들어 놓은 것에 기반을 둔다. 현대 중국도 국력이 강해지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슈만의 생각이다.

중국 질서 거역하면…무차별 응징

청나라 조공국 사신들이 입조한 모습을 그린 만국래조도(萬國來朝圖). [사진 위키피디아]

청나라 조공국 사신들이 입조한 모습을 그린 만국래조도(萬國來朝圖). [사진 위키피디아]

중국 역대 왕조가 주변국과 맺은 관계를 4글자로 하면? 조공·책봉(朝貢·冊封)이다. 직접 점령해 다스릴 수 없는 주변국엔 중국 황제를 주군으로 받들도록 하고, 중국이 정한 외교와 무역 시스템을 강요했다. 중국 역대 황제가 전쟁을 기피했다고 하지만 이는 조공·책봉 체제를 거역하지 않는 한에서였다. 
당 태종 이세민. 고구려 정복을 추진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당 태종 이세민. 고구려 정복을 추진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러한 ‘게임의 법칙’을 어기면 가차 없이 무력을 행사했다. 수나라와 당나라는 수십 년 동안 고구려 정복에 매달렸다. 평화를 추구했다던 정화도 명나라 종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왕조에 군사원정을 했다. 19세기 말 청나라는 프랑스에 베트남의 종주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 과거 다극(多極)체제인 유럽과 달리 일극(一極) 체제였던 동아시아에선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사드 보복으로 이어진 한한령.[중앙포토]

사드 보복으로 이어진 한한령.[중앙포토]

이를 보면 시진핑 주석이 9월 유엔 연설에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허언임을 알 수 있다. 권력이 커지면 중국은 옛 제국 질서를 복원할 징후가 보인다는 게 슈만의 분석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동남아시아 국가,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에 가차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캐나다와 호주산 물품 수입을 금지하고, 2016년 한국이 사드를 설치하자 벌인 한한령(限韓令)도 대표적 사례다.

‘차이나 소프트파워’ 확산?…초록동색 국가만 챙길 것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문화의 힘을 안다. 역사적으로 자신의 문화자산을 끊임없이 주변에 확산하려 했다. 당나라는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지으며 해외 유학생을 유치했다. 정화는 해외 원정에서 많은 공물을 쥐여주며 황제(영락제)를 홍보했다.  
명나라 영락제. [둬웨이 캡처]

명나라 영락제. [둬웨이 캡처]

이런 노력 덕분일까.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19세기 초반까진 동아시아에서 강고했다. 주변국은 중국의 법규와 통치체제, 예술·문학 사조 등을 공유했다. 핵심은 한자(漢字)다. 이렇게 구축된 유대감은 중국의 국력이 약해져도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게 했다.
지난 2015년 10월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5년 10월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주석도 잘 안다. 그래서 공자학원을 전 세계에 세우며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확산하려 한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중국 특유 ‘화이(華夷)’ 의식 때문이다.
 
중국 왕조는 자신들이 중시하는 가치에 동조하는 나라는 문명(華)으로 반겼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랑캐(夷)로 배척했다.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에 동조하는 국가만 반길 거라는 게 슈만의 생각이다.  핵심은 권위주의 정치체제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중국을 대비하며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한다. 슈만은 중국이 북한·이란·벨라루스·베네수엘라처럼 중국과 비슷한 정치문화를 가진 국가들 위주로 자신의 가치를 확산시킬 거로 봤다.  

‘중국 영광 회복’ 이 지상과제

[디애틀랜틱 캡처]

[디애틀랜틱 캡처]

중국인은 강국이 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세계 최강이 될 자격이 있다고 여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문명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렇기에 180년 전 아편전쟁은 중국인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됐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인민에 내세우는 목표가 ‘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영광 회복’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과거와 지금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슈만은 “수 세기 전 중국인들이 천하를 다스릴 권리가 자신들에 있다고 여긴 때엔 중국의 영향력이 특정 지역에 한정됐다”며 “하지만 글로벌 시대인 지금엔 중국의 야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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