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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의 시선] 김종인과 손잡은 김무성 "누가 한들 이 정권보다 못하겠나"

중앙일보 2020.10.09 00:39 종합 24면 지면보기
신용호 논설위원

신용호 논설위원

시간을 돌려 2015년 11월로 가보자. 19대 대선(2017년 5월)이 1년 6개월 남은 때다. 당시 리얼미터 조사에선 김무성(당시 새누리당 대표)이 19.8%로 지지율 1등이었다. 이때까지 22주 연속 1위였다. 지난 일이라 희미하지만 그런 적이 있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유명한 ‘옥새 파동’으로 친박과 갈등하면서 권력에서 멀어진다. 유력 주자가 바닥으로 내려오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킹 메이커 되려 만든 마포포럼에
김종인 이어 유승민·오세훈 초청
부산시장 출마설엔 “나는 안 한다”

그랬던 그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과 무너져가는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품위 있는 퇴장’을 선택했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했다. 2011년 박지원(국정원장)과 원내대표로 여야간 환상의 콤비를 이뤄 주목받았고 “여당은 야당에 져줘야 한다”는 말을 남긴 이 시대 협상론자 김무성은 그렇게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대권 꿈을 못 이룬 그가 얼마 전 킹 메이커로 나선다고 할 때도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최근 그에게 ‘과연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가 킹 메이커가 되기 위해 만든 ‘마포 포럼’이 힘을 받으면서다. 어제 김종인(국민의힘 위원장)이 ‘보수정당의 재집권’을 주제로 포럼에서 강연했다. ‘주류’ 킹 메이커와 ‘재야’ 킹 메이커가 처음 손을 잡은 날이다. 포럼에는 곧 원희룡·오세훈·유승민이 차례로 등판한다. 안철수·홍준표·김동연·김태호 등 당 밖 인사들도 접촉한다.
 
대선이 1년 반 정도 남은 지금, ‘지지율 1위 김무성의 하락’은 역설적으로 보수의 희망일 수 있다. 현재 구도도 금방 허물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1년 6개월 전 지지율이 5% 남짓이었다는 것도 보수가 잊어선 안 된다. 지난 6일 오후 마포에서 그를 만났다.
 
28주간 1위를 경험했는데 지지율이란 게….
“지지율 1위를 추락시키는 건 금방이다. 후계 구도를 만들기 어려운 민주당도 이낙연·이재명 구도로 안 갈 거다. 지지율처럼 허망한 게 없다. 금방 변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 그러니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거다.”
 
괜찮은 야권 후보가 나올 거 같나.
“나올 거다. 이번 게임은 의회 권력은 물론 사법·행정 권력이 다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열린다. 반좌파들이 제대로 뭉치는 반문연대로 대표 선수를 뽑아야 한다. 안철수도 홍준표도 다 들어와야 한다.”
 
다들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하는데.
“그리 생각지 않는다. 울타리와 기득권을 없애고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결정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결정권을 국민에게 준다면 스타는 나온다. 이 방법밖에 없다. 포럼의 강연은 그걸 위한 워밍업이다. 긴 시간, 처절한 토론으로  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글래디에어터(검투사)를 뽑아야 한다. 누가 후보를 만든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게 해야 한다. 확실한 건 누가 한들 문재인 정권보다 못하겠나.”
 
김동연·홍정욱은 어찌 보나.
“선거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선언하고 나와야 한다. 김동연은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홍정욱도 나와야 한다.”
 
킹 메이커 역할이 겹치는 김종인 위원장과 불편하지 않겠나.
“김종인은 선장이다. 우린 2선이다. 남은 애국심 갖고 돕는 거다. 김종인이 대표 선수다. 다만 안철수와 통합에 부정적인 것 등은 생각이 다른데 개인의 생각이 다 적용될 수는 없는 거다. 서로 고쳐가야 한다.”
 
김종인을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걸 하는 사람이다. 이슈를 만들어 화제를 모은다. 잘하는 거다. 다만 지금까진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독선적으로 해왔지만, 앞으로는 어렵다.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으니 당내 세력들이 가만 보고 있지만 않을 거다. 민주적 절차를 중하게 여기고 밟아야 한다. 원맨쇼가 아니라 어쨌든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김종인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안 할 거다. 할 거면 위원장직을 내놔야 한다.”
 
‘김무성 부산시장 출마설’도 있던데.
“안 한다. 시장은 누가 해도 하는 거 아니냐. 심지어 포럼 내에서 나보고 대선 나가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런 말 앞으로 절대 꺼내지 말라 했다. 전혀 생각이 없다. 우리는 비움의 모임이다. 그래야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 70세를 넘어 선출직에 나온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칠순을 맞았다. 사심 없는 소신 발언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정치판에선 버리고 던지는 데서 나오는 힘이 크다. 킹 메이커로선 어떨지 더 지켜볼 참이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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