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합참의장 “북한군의 소각 추정 불빛 관측한 영상 있다”

중앙일보 2020.10.09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8일 합동참모본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한 정부의 판단에 대한 야당의 질의가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군·해경은 실종 당시(9월 21일) 조류 흐름 등을 근거로 ‘인위적인 노력’에 의한 월북 가능성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했다.
 

휴대폰 끈 게 월북 근거라더니
해경청장 나중엔 “오해 있었다”

월북 판단할 단어 있었다더니
합참의장 “희생자 육성은 없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이씨가 해류의 영향을 받아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표류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권 의원은 “21일 오전 2시에 실종됐다는 것은 추정일 뿐”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인위적 노력 없이도 북쪽으로 표류하게 되는 해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월북 판단에 대한 질의에 “수사 중”이라거나 “국방부 자료를 참고했다”는 답변을 반복하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똑바로 해”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해당 공무원의 월북을 추정하는 정황 근거로 그가 휴대전화를 인위적으로 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오해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국방위 국감에서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해경과 군이 실종 초기부터 북서쪽 표류 예측 결과를 토대로 소연평도 북서쪽으로 수색 구역을 확대했다면 이씨가 북한 해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발견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군의 첩보에 “월북이라는 단어는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게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 어떤 단어가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월북과 관련한) 희생자 육성은 없었다”고 했다. 북한군이 이씨를 소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사실도 공개됐다. 원 합참의장은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을 봤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사살 장면과 불에 훼손되는 모습을 군이 사진 형태로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볼 수 없는 원거리 해역에서 일어난 상황을 다양한 첩보로 정밀분석해 재구성하고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 의장은 이날 군 첩보에 “시신이나 사체라는 단어가 있었느냐”는 하 의원의 질문에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 단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차단했다. 홍영표 의원은 “야당이나 언론, 일부 국민은 ‘월북이 아니다’라는 전제로 계속 얘기를 하는데, 그럴 바에는 군에서 월북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SI(Special Intelligence·감청 등으로 얻은 특별취급첩보)를 다 까라”면서 “아무리 국회에서 얘기해도 ‘이건 안 된다’ 해야지 (질문에 다 답변하는) 합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분이 떠내려가거나, 혹은 월북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인가”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자판을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주당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던 일화로 기억한다”며 “‘떠내려갔든, 월북했든 피살은 우리 책임이다’고 말해야지”라고 꼬집었다.
 
정진우·김상진·고석현 기자 dino8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