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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민주화예우법 쓴소리 "자녀위해 운동했나 의심될 법"

중앙일보 2020.10.08 20:02
이원욱 의원은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에 대해 "불공정을 제도화하는 특권층의 시도라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원욱 의원은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에 대해 "불공정을 제도화하는 특권층의 시도라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은 86세대가 ‘너희 자녀들의 학업·취업 혜택을 위해서 민주화 운동 했던 것이냐’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당 의원들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86세대 정치인들이 본인의 배우자·가족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해 “지금의 시대정신인 ‘공정’이라는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말도 남겼다.

 
법안의 취지 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공정 아닌가. 이 법안은 불공정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미 국가유공자나 애국지사 등은 비슷한 예우를 받고 있지 않나.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는 그 후손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평가해서 예우를 해주겠다는 취지 아닌가.
 
본인도 민주화 운동을 한 386세대 아닌가.
나 역시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하며 독재정권 시절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만큼 고생하고 애썼으니 상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예우를 바랄 순 없다.
 
법안에 대해 당내에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나.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순수하게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일 뿐이고, 법안의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취지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셀프 특혜'로 비칠 우려"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위대가 군경에 진압되는 모습. [중앙포토]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위대가 군경에 진압되는 모습. [중앙포토]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공정, 86세대가 다시 세워야 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민주화유공자 예우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게시글에는 “나 또한 민주화 운동 출신 의원이지만 과도한 지원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든 개정안”이라며 “국민은 법률을 이용해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제도화하겠다는 운동권 특권층의 시도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화유공자예우법은 지난달 23일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유공자의 자녀에게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의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정부·공공기관·기업에 취직할 땐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수혜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자의 자녀로 한정된다.

 
법안은 같은 당 의원 20명이 공동 발의 형태로 참여하는 등 일부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당내에선 법안의 취지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을 한 86세대가 주축인 민주당에서 민주화 유공자 가족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 자체가 '셀프 특혜'로 보일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86세대 선배들이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큰 희생을 했다는 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만큼 고생했으니 가족들에게 혜택을 달라고 직접 주장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유공자 외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분들 입장에선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불공정한 법안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86세대가 이른바 ‘민주화 훈장’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는 말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의원은 “86세대가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공은 분명 인정하지만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그로 인한 혜택을 입은 세대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잘한 일이라도 스스로 예우를 바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그들이 기득권화됐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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