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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군대갈 때 된 복수국적자의 국적 선택, 예외없는 3개월 제한은 기본권 침해”

중앙일보 2020.10.08 12:0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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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날 때부터 우리나라 국적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게 된 남성 A(21)씨. 우리나라에서 출생 신고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생활을 외국에서 했지만 만 17세가 되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3개월 안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해소한 뒤 포기해야 한다는 국적법 조항 때문이었다. A씨는 이 국적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만 17세였던 2016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낸다.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국방의 의무가 있다면 조금 달라진다.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고 규정하는데, 이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그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A씨의 경우에는 만 17세가 되는 2017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 사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적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 국적 포기를 하려고 해도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해 태어날때도 하지 않은 출생신고를 해야했다.  
 

과거 두 차례 심판대 올랐다가 세 번만에 '헌법불합치' 결정

A씨 사례처럼 군대에 갈 때가 된 복수국적자 남성에게 3개월 안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 국적법 12조 2항 부분은 과거에도 헌재 심판대에 오른 적 있다. 2006년과 2015년에 난 헌재 결정인데, 당시 헌재는 이 조항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20년 헌재는 과거 두 차례의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한다.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다.
 
유남석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ㆍ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ㆍ김기영ㆍ문형배 재판관은 이 조항이 A씨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문제가 된 국적법 부분은 군대 갈 때가 된 사람이 병역 의무를 피하려고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로 생긴 조항이다. 어떤 예외로 기간을 늘려준다는 사유 단서도 없다. 하지만 해당 복수국적자에게 국적 선택 절차가 필요하다는 안내나 이 선택 기간이 지났을 때 발생하는 제한 등에 대해 개별 통지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어날 때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신고하지 않아도 태어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얻게 하는데, 이런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복수국적자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는 셈이다. A씨처럼 출생 신고 없이 주로 해외에서 생활해온 경우도 마찬가지다.
 

헌재 "일률적인 국적 포기 기한보다 예외 허가해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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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나라에서 국적의 혜택을 잘 받고 살다가 군대 갈 시기가 다 되어서 국적 이탈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헌재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주무관청이 구체적 심사를 통해 이런 복수국적자를 배제하고, 병역의무 이행 공평성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간 외 국적 이탈을 허가한다면 된다”고 판단했다. 일률적으로 국적을 포기할 수 있는 기한을 정하는 것보다는 예외적 허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반면 이선애ㆍ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국적법 입법 취지에는 병역부담 평등의 원칙을 지키려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 과거 헌재가 이런 점을 인정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헌법불합치로 결론을 바꿀 필요성은 없다는 취지다.  
 
특히 두 재판관은 “이 국적법 조항은 '국방과 병역 형평'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개인의 국적 이탈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해 나름의 조정과 형량을 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두 재판관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면밀한 기준 설정 없이 개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섣불리 병역법 적용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0년 9월 30일까지 국적법은 바뀌어야 한다. 헌재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라는 이 조항 입법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예외적인 국적 이탈을 허가할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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