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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날아온 6·25 참전용사의 '삐뚤빼뚤' 한글 손편지

중앙일보 2020.10.08 10:48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칠곡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칠곡군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도움믈 주신…대한민국 모든 국민여로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길지 않은 짧은 문장이지만, 중간중간 오타가 보인다. 한글로 쓰인 손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직접 쓴 손편지를 보면 띄어쓰기도 맞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 물품 지원 감사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조국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삐뚤빼뚤' 감사의 한글 손편지를 쓴 주인공은 멜레세 테세마((Melese Tessema·90) 에티오피아 6·25참전용사회장. 그는 지난 7일 백선기 경북 칠곡군수 앞으로 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손편지를 보냈다.  
 
 지난 6월 칠곡군은 전국 각지에서 기부받은 마스크 3만장과 손 소독제 250병을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에티오피아의 6·25 참전용사 6037명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생존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에티오피아 외곽에 위치한 '코리안빌리지'에 주로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수건이나 헝겊 등으로 마스크를 대신하며 생활해왔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칠곡군은 마스크 기부 운동을 시작했고, 가수 소향이 동참하면서 국내외 소향 팬들까지 적극적으로 마스크 등을 칠곡군에 보내왔다.  
 
 에티오피아는 암하라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칠곡군 관계자는 "멜레세 테세마 회장이 먼저 영어로 감사 편지를 작성하고 에티오피아 현지에 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에게 한국어로 번역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걸 다시 받아 앞에 두고 그림 그리듯 한 자 한 자 정성껏 편지를 써내려 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조국입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손편지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사진 형태로 칠곡군에 전해졌다. 백 군수는“한글날을 앞두고 온 한글 손편지여서 더욱 뜻깊다. 앞으로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참전용사의 손편지를 전국에 알릴 방침이다. 
 
 칠곡군은 6·25 전쟁 격전지인 다부동이 있는 곳이다. 추모 현수막 수십 개가 내걸릴 만큼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한 팬심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호국의 고장'이라는 슬로건을 쓸 만큼 국가관, 보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칠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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