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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차벽’ 위헌 논란···헌재가 말한 “마지막 수단” 맞나

중앙일보 2020.10.08 05:00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펜스와 차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신고한 차량을 이용한 '차량시위'(드라이브 스루)를 대부분 금지 통고하고 행정법원이 허가한 강동구 일대 9대 이하 차량시위만 허용했다. [뉴스1]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펜스와 차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신고한 차량을 이용한 '차량시위'(드라이브 스루)를 대부분 금지 통고하고 행정법원이 허가한 강동구 일대 9대 이하 차량시위만 허용했다. [뉴스1]

경찰이 지난 3일 개천절 집회에 이어 9일 한글날 집회에도 차벽 등 동일한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차벽 설치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차벽은 마지막 수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으로 폭력 집회가 우려된다며 차벽으로 막혔던 서울광장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모습. [중앙포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으로 폭력 집회가 우려된다며 차벽으로 막혔던 서울광장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모습. [중앙포토]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1년 경찰의 차벽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2009년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들이 불법‧폭력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쌌다. 시위 주최 측은 차벽으로 인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담당 변호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핵심은 차벽으로 서울광장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당시 상황에서 차벽 설치가 꼭 필요하면서도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침해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차벽은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만약 전면적인 집회 방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울광장의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하거나, 불법‧폭력 집회가 행해질 가능성이 적은 시간대에는 통제를 푸는 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헌재는 “차벽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속 차벽, 마지막 수단일까

경찰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접촉 차단을 위해서는 집회를 해산해야 했고, 차벽 외의 다른 효율적인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단 집회까지 원천 봉쇄하는 건 과거 헌재가 판단한 과잉조치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헌법 전문가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경찰에게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21조 2항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며 “이것을 어기는 조치가 어떻게 정당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허 교수는 “헌재의 판례도 집회의 자유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추세”라며 “이번 차벽 설치는 과잉금지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가 왜 집회에만 해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놀이공원에서 가족과 함께할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중요하다면 정치적 의사표시를 위한 집회의 자유 역시 중요한 권리”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차벽의 법적 근거 될 수 있을까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2017년 대법원이 차벽을 합법으로 판결했기에 2020년의 차벽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6일 “경찰 차벽에 대해서는 2011년 헌재의 위헌 결정과 2017년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각각 다른 상황을 전제로 내려졌다”며 “2020년 차벽의 위헌 여부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 위기라는 또 다른 상황을 전제로, 직전 광화문 집회의 방역 파장을 고려해 판단돼야 한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대법원 판결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관한 것이다. 2017년 대법원은 “시위대가 경찰에 유형력을 행사할 당시 경찰의 차벽 설치 및 시민통행로 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과 헌재의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당시 조치가 집회시위법에 비춰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 헌재가 헌법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을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의 최고 규범은 헌법”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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