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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폴 수배 비웃듯···美서 김치 추석특가전 연 이혁진

중앙일보 2020.10.08 05:00
미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혁진 전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는 온라인 식료품 마켓. 주 상품은 김치다. 사진 해당 홈페이지 캡처

미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혁진 전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는 온라인 식료품 마켓. 주 상품은 김치다. 사진 해당 홈페이지 캡처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출국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설립자인 이혁진(53·기소중지) 전 대표가 추석에 특가전을 열며 활발한 김치사업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검찰이 수사 중이던 2018년 미국으로 나가 현재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등에서 활동하며 김치 사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를 기소 중지한 채 수사를 중단한 상황이고,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절차가 늦어지면서 이 전 대표의 국내 송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석에 美서 김치 '특가전' 열어  

미국에서 이 전 대표와 그가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현재 미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홈페이지 임원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운영 중인 회사는 김치를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특가전도 벌이고 있다. 주소는 미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로 돼 있다. 홈페이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결하면 한 남성이 전화를 받는다. 이 남성은 이날 “인터폴 수배가 내려졌는데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 전 대표에게는 현재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의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미국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근거로 범죄인 체포가 가능한 나라가 아니어서 국내 송환을 위해서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수사하던 수원지검은 "경찰청에서 지난 8월 이 전 대표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 수배인 적색수배는 인터폴의 수배 단계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만으로 검거·송환이 불가능해 큰 의미는 없다.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또 다른 국가로 이동하지 못할 뿐”이라며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통해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인터폴 적색 수배자가 돼도 국내로 송환할 강제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한 이혁진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뉴시스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한 이혁진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지난 8월 법무부에 이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 이후 법무부로부터 번역·후속 작업에 들어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또 수원지검은 외교부로부터 이 전 대표의 여권발급제한조치가 완료됐다는 답변도 받았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는 다 밟았다”고 말했다. 
 

법무부, "구체적인 진행 경과 못 밝혀"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진행경과 등은 상대국가와의 조약 및 외교 관계상 비밀유지 의무 등을 고려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법무부는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이 전 대표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월 이 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현재 지명수배 중인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야권, "법무·외교부가 신병확보 외면"

야권에서는 정부가 이 전 대표 송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이 전 대표의 미국 내 거주지를 파악하고도 사법기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대통령 직속 통일 자문기구다. 정 의원은 “법무부와 외교부 모두 이 전 대표의 신병 확보를 외면하고 있다”며 “여권 실세와 연결돼 있다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두려워 눈을 감은 것이냐”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자산운용사 옵티머스가 부실 업체에 투자해 5000억원 이상의 금융 피해를 낸 사건이다. 이 전 대표는 2009년 옵티머스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17년 7월까지 업체 대표를 맡아 금융 피해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양대 동문인 이 전 대표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서초갑 후보로 전략공천 돼 출마했다 낙선했다. 그해 12월 대통령선거(18대) 때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특보를 맡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중앙일보에 "옵티머스 사태와 나와는 관련이 없다. 도피 목적으로 출국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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