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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 먹으려면 50만원 훌쩍” 1만원 ‘금배추’에 김장 포기

중앙일보 2020.10.08 05:00 경제 5면 지면보기
서울의 한 마트 채소 판매대. 긴 장마로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1만원대로 올랐다. 뉴스1

서울의 한 마트 채소 판매대. 긴 장마로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1만원대로 올랐다. 뉴스1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주부 김모(62)씨는 올해 김장을 앞두고 계산이 바쁘다. 배추를 20포기 사면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무, 마늘, 대파, 쪽파, 생강 가격은 예년보다 1.5배씩은 올랐다. 여기에 부재료인 사과, 배, 굴을 넣으면 50만원은 족히 지출해야 한다. 김씨는 “굳이 큰돈을 써가며 지금 김장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마트에서 사 먹거나 당분간 김치찌개 끓이는 횟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추 한포기 1만689원 40% 올라
주부 절반 “배추 비싸 김장 줄인다”
11·12월에는 50% 이상 싸질 듯

추석 명절이 지나고 본격 김장철이 시작된 가운데 배추, 무, 고추, 마늘 등 주요 재룟값이 치솟으며 가정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소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집밥 먹는 빈도는 늘었는데 ‘금값’이 된 채솟값이 불만이다.   
 

주부 절반 "배추 비싸서 김장 포기한다" 

배추 1포기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배추 1포기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1만689원으로 지난해 7667원에 비해 40% 뛰었다. 무 1개는 3913원, 붉은 고추 100g은 2396원, 대파 1㎏은 4318원, 쪽파 1㎏은 7623원, 고춧가루 1㎏은 3만2895원으로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30~70%가량 가격이 올랐다. 양파, 마늘, 열무 등도 모두 평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김장 채솟값 폭등은 54일에 달하는 역대 최장 장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가을배추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배추는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심고 수확하기를 반복하는데, 가을배추는 7월에 심기 시작해 10~11월에 수확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이달 농업관측 보고서에서 “가을배추는 잦은 비로 정식(모종 심기)을 포기하면서 재배 면적이 지난달 조사 대비 3%포인트 줄었고, 기상 악화로 생육 불균형과 뿌리혹병 등 병해가 증가하며 생산 단수도 평년 대비 6.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뛰는 채솟값에 김장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평소 명절용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의 48%가 이번 추석에 ‘김장 양을 줄인다’고 답했고, 이 중 83%가 ‘비싼 배춧값’을 이유로 꼽았다.
 

식당 테이블에서도 배추김치 슬며시 사라져  

청양고추 100g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양고추 100g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정뿐 아니라 외식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내놓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밥집에서 일하는 이모(56)씨는 “원래 배추김치와 섞박지는 기본으로 나가는데 둘 중 하나만 내놓거나 손님이 요구하지 않으면 상에 안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치를 사 먹는 가정은 늘었지만, 포장김치 업체도 식자재를 구하지 못해 난감한 입장이다. 포장김치 업계 1위 대상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선 ‘종가집 열무김치’와 ‘초록마을 유기농포기김치’, ‘초록마을 맛김치’ 등이 일시 동난 상태다. 종가집 김치의 맞춤형 김치 서비스인 ‘나만의 김치’도 지난달 중순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도 ‘비비고 열무물김치’와 ‘비비고 백김치’, ‘비비고 묵은지’ 등이 일시품절됐다. 
 
대상 관계자는 “9월 초에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뒤 심은 배추가 다 자라는 데 한 달 반은 걸리다 보니 이달 말은 돼야 배추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11월부터 고랭지 배춧값 절반으로 내릴 것"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배춧값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배추 수급 동향 및 전망’ 자료를 통해 이달 중순부터 가을배추 출하로 배추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11월과 12월에는 지금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산지 작황 등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11월 말부터 12월 초 김장 성수기에 배추 할인 공급, 김장 나눔 행사 등 김장철 배추 수급 안정과 김장 문화 확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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