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中군용기 KADIZ 침입, 100회나 줄여서 공개한 文정부

중앙일보 2020.10.08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군이 문재인 정부 동안 일어난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입 횟수를 대폭 축소해 공개한 정황이 7일 확인됐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군의 국회 보고자료와 군 내부 비밀자료를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많게는 연간 침입횟수가 100여회까지 차이가 났다.
 

국회 보고자료와 군 내부자료 수치 크게 달라
러시아 군용기와 비교해도 수적 차이 커
"시진핑 방한 원하는 정부 속내 담겼나"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침입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외교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해 눈치 보기를 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해 7월 23일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사진은 중국 H-6 폭격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3일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사진은 중국 H-6 폭격기 모습. [연합뉴스]

한기호 의원실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연간 '카디즈 진입 현황'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는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50여회, 70여회 카디즈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 2018년에는 140여회로 침입 횟수가 훌쩍 뛰었고, 지난해에는 50여회로 다시 줄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같은 수치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합참이 작성한 군 내부자료('백두체계 능력보강 2차 사업 소요검증' 보고서)의 수치는 이와 크게 달랐다. 2016년과 2017년의 경우 각각 40여회와 60여회로 오히려 국회 공개자료보다 10여회씩 적었다. 반면 2018년엔 공개자료보다 60여회 많은 200여회, 지난해엔 100여회 많은 150여회로 기록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3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중·러 군용기의 KADIZ 연간 침입횟수 차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러 군용기의 KADIZ 연간 침입횟수 차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런 수적 차이는 러시아 군용기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두 자료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연간 카디즈 침입횟수는 거의 같거나 10~20여회 정도 차이에 그쳤다.
 
이를 두고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군 작전상황을 잘 아는 전직 고위 군 관계자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로 집계한 수치와 백두정찰기로 수집한 신호정보(SIGINT)를 토대로 집계한 수치가 조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날 수는 없다"며 "의도적으로 숫자를 만졌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방공식별구역을 두는 것은 조기에 항공기들을 식별해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려면 미리 알려주는 게 국제관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이런 조치 없이 무단으로 침입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2018년을 기점으로 수치가 축소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지향점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군사적으로 민감한 카디즈 침입 횟수조차 중국 눈치 보기를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원하는 정부가 반중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 축소 공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5개월 만인 2017년 10월 중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관련 ‘3불 합의’(▶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음)를 맺고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시 주석의 방한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군 내부자료에서 중국 군용기 침입횟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기록된 것은 군의 전력증강 소요 제기와 관련이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당시 국방부 전력소요검증위원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에선 "중·러의 카디즈 진입현황은 (연평균) 137회로, 3일 간격으로 백두체계(정찰기) 2대가 동시에 소요된다"고 정찰기 증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군은 지난 6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에서 '백두 2차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한기호 의원은 "카디즈 침범 현황은 주변국의 잠재적인 위협을 측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면서 "이런 자료를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숫자를 조작해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합참 관계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만 밝혔다.  
 
이철재·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