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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화운동 자녀 뽑는 대입 전형, 공정한지 따져봐야

중앙일보 2020.10.08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연세대에 합격한 신입생이 18명이라고 한다. 이들이 합격한 학과에는 최상위권조차 입학하기 어려운 치의예과도 포함돼 있다. 2012년부터 시행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 첫해에 해당 전형 합격자가 3명(2017학년도)에서 12명(2018학년도)으로 급증한 점은 일반 수험생과 학부모로부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 첫해 연세대 합격자 3→12명
의구심 풀려면 심사기준 보다 투명해져야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다자녀가정 자녀 등이 지원 가능한 ‘사회 공헌·배려 전형’에 함께 속해 있지만 다른 유공자들의 자녀는 이미 중장년층인 경우가 많아 주로 586세대의 자녀가 혜택을 받는 구조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입시에서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준다고 하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연세대의 비상식적인 해명은 의혹만 키운다. 연세대 서울캠퍼스는 “2017학년도 이전 자료는 법에 따라 폐기돼 줄 수 없다”고 했다. 반면에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2014학년도 자료까지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 도중 조국 전 장관 아들의 대학원 입시 자료가 사라진 곳 역시 연세대였다.
 
지난 7월 발표된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는 입시 비리가 고질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2016년 4월 경영대 교수들은 당시 부총장의 딸을 대학원에 합격시키기 위해 시험 점수를 조작했다. 구술고사에서 딸 이씨에겐 100점 만점을, 서류심사 1, 2위에겐 각각 47, 63점을 줬다. 그 결과 16명의 지원자 중 부총장의 딸만 유일하게 합격했다.
 
올림픽 경기에서 선수들이 결과에 승복하는 이유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입시에서도 평가 기준과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어느 누가 결과를 수긍하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원인이 된 국정농단 사건도 그 발단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때문 아니었나.
 
이번 기회에 입시제도 전반과 심사 기준이 공정하고 투명한지 들여다보자. 입시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의 부정으로 열심히 공부한 피해자가 생기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우대하는 전형은 연세대 외에 전남대·성공회대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민주화운동 관련자’ 선정 기준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격을 얻는다고는 하나 그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많다. 단순히 해당자 본인이 명예를 얻거나 금전적 보상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의 대학 입시에서까지 중요한 스펙처럼 활용된다면 더욱 엄격하고 까다롭게 운영돼야 한다. 공정치 못한 입시는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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