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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동차의 혁신, 기후위기 대응의 미래

중앙일보 2020.10.08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홍정기 환경부 차관

홍정기 환경부 차관

자동차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서로 다른 답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세기 사람들은 큼지막한 보일러가 달린 증기자동차를 떠올리고, 19세기 후반엔 처음 본 가스엔진차에 신기해 할 수도 있다. 20세기 초라면 휘발유차와 전기차가 나란히 실린 광고를 많이 봤으리라.  
 
 
자동차는 끊임없이 변신해왔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배기구 없는 전기차의 뒷모습이 더는 신기하지 않다. 최근 자동차 ‘키트’로 인기를 끌었던 1980년대 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이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율주행 기능이 부분적으로나마 일반화된 요즘이라 예전만큼 놀랍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0년의 문명은 자동차와 함께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엄청난 생산과 소비는 자동차로 뒷받침되는 거대한 물류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지탱할 수 없었다. 반면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54년 로스앤젤레스(LA) 스모그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시작됐다.  
 
이후 내연기관차는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진화해왔다. 휘발유차는 삼원촉매장치 개발로 한숨을 돌렸지만, 경유차는 매연저감필터(DPF)·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 등을 덕지덕지 달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술로도 강화되는 규제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내연기관차의 변신 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닐까?
 
 
그 주된 이유는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완전히 상쇄되는 이른바 ‘넷제로’ 달성을 요구했다. 자동차가 포함된 수송 분야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14%를 차지한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1㎞를 달리는 동안 적게는 100g에서 많게는 200g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이미 우리나라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97g, 유럽연합(EU)은 95g이다. 자동차 제작사는 올해 판매한 모든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한 값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내연기관차만으로는 이제 온실가스 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내연기관차만 팔고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도태된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 상황을 감안, 최근 2030년까지 적용될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발표했다. 행정예고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되는 자동차는 2025년에는 ㎞당 89g, 2030년에는 70g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2030년 목표가 59g인 EU보다는 낮지만, 미국의 2025년 103g보다는 강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2% 수준인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33%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유럽에 이어 중동으로도 수소차를 수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렇듯 정부와 자동차 업계 모두 기후위기시대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는 공장이나 발전소 같은 큰 오염원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다.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삶의 방식부터 조금씩 바꿔보자.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차를 새로 바꿀 때 좀 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자. 자동차는 이미 변신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변화할 준비가 돼 있는가.
 
홍정기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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