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적발된 중국산 가짜 미프진. 연합뉴스
법무부·보건복지부가 임신 14주까지 인공 임신중단(낙태)을 조건 없이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인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했다.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주수(週數) 기준, 사회·경제적 사유 등을 뒀다. 개정안은 자연유산 유도제의 합법화도 담았다. 이 법안은 40일 이상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앞으로 먹는 낙태약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건보 적용 두고도 논란
찬성론 "경제적 이유로 낙태하는데, 건보가 도와야"
반대 "개인 선택에 왜 내 보험료 수십억 쓰느냐"
75개국 사용하는 미프진 수입?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국내선 불법인데도 광고도 버젓이
이런 현실에 지난 5월 중국산 가짜 미프진을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되기도 했다. 8만원 짜리 작퉁 제품이 국내에서 38만원으로 둔갑해 팔려 나갔다.
부작용 사례도 이어져
이에 한쪽에서는 미프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제도권 안에서 철저히 관리해 오·남용, 부작용을 막자는 주장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대표적이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도 미프진 도입에 찬성한다. 익명을 요청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미프진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문제”라며 “자궁 외 임신일 때는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임신만으로 무조건 구하려 한다. 결국 유산이 안 돼 다시 낙태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임신중단(낙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첨예한 찬반입장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프진이 합법화되면 비아그라처럼 서울 시내 주요 전통시장에서도 유통될 게 뻔하다”며 “산부인과 처방받기를 꺼리는 청소년이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성인 등이 찾는다. 사후 피임을 제때 하지 못해 급하게 약을 먹을 텐데,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프진 사용의 신중론도 나왔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미프진은 엄격하게 사용돼야 한다”며 “복용 후 산부인과 의사가 유산 유도가 잘됐는지 불완전 유산은 없는지 초음파로 확인해야 한다. ‘약만 먹으면 유산된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에선 안전성 검증 안 돼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 미프진을 수입하려는 제약사 등이 공식적으로 안전성 검토를 의뢰해야 분석이 가능하다”며 “우선은 (낙태 시술에 약물허용을 담은) 낙태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용도 논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인공 임신중절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응답자의 32.9%가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를 낙태 사유로 꼽았다. 여성계에서 건보 적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건보를 적용해야 낙태 실태를 파악해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낙태 한해 5만건 추정
복지부 관계자는 “형법 개정안에서 낙태의 허용범위가 확대된 만큼 어디까지 건보를 적용할지 이해 당사자, 전문가들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