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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송현동 공원' 생겨날까…넘어야 할 고비 많은 서울시 해법

중앙일보 2020.10.07 18:33
대한항공이 2008년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2008년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서울시가 7일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새 카드를 내밀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부지매입, 그리고 서울시 보유 토지와의 맞교환이다. 경영악화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나섰던 대한항공 역시 대립각을 세우던 기존 입장과는 달리 “국민권익위원회 조정 결과를 지켜보고, 서울시와 협의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갈등으로 치닫던 송현동 땅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공원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매각대금 산정 등 넘어야 할 고비가 여전히 많아서다.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LH공사 통해 매입 추진

①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열어 '공원' 부지 결정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혀오던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있던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결정했다. 공원화를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를 마친 것이다. 경영악화로 땅을 내년 초까지 팔아야 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공원 부지로 결정되면 시세를 반영한 민간 매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L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만이 토지매입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유보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고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역사. [자료 서울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역사. [자료 서울시]

②서울 한복판 '송현동 공원' 생겨날까

서울시는 송현동 공원을 '국가 중요사업'이라고 칭한다. 이 땅이 가진 내력 때문이다. '소나무 언덕(松峴)'으로 불리던 이곳은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다. 규모는 3만6642㎡에 이른다. 조선 초기엔 소나무 숲 구릉지로 경복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고,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이 거주했던 곳이었다. 이후 1920년에 조선식산은행이 이곳에 사택을 건설하면서 땅의 운명이 바뀌었다. 일제 침탈기를 지나서는 미 대사관 직원들이 이곳을 숙소로 썼다. 
 
이 부지가 민간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외환위기(IMF) 때로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3층 이하의 용적률 150% 건물만 지을 수 있도록 묶여 있는 터라 개발이 불가능했다. 대한항공의 손으로 넘어간 것은 2008년의 일로, 대한항공은 2900억원에 부지를 사들였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 터에 한옥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규제를 풀지 못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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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민간으로 넘어가선 안 될 땅이었다”고 말했다.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다. 현재 4m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이 부지를 공원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는 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대한항공 측과 매각 협의를 이어나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 일지

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 일지

③넘어야 할 고비들…결국 문제는 매각금액

김 부시장은 매입금액에 관해서도 설명을 했다. “당초 알려진 4670억원은 예산을 받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산식에 따라 구해진 금액으로 실제 부지매입 가격이 아니며 외부 감정평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부지가 공원 용도로 결정이 되었지만 '공원 결정 전 현재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최대한 수긍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제시한 매입 방식은 LH를 통한 것이다. 한 번에 대규모 자금 집행을 할 수 있어 대한항공의 요구대로 내년 초까지 토지대금을 정산할 수 있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엔 서울시가 보유한 부지와 맞교환해 대금을 정산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상면 서울시 공공개발추진반장은 “결국 매각금액이 중요하겠지만, 현재까지는 LH도 협조를 통해 부지매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와 그 방식으로 부지 매입을 진행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매각금액에 대한 합의를 이뤄도 서울시 입장에선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확보하거나, 유사한 가치를 지닌 시유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김 부시장은 “송현동 공원화 사업은 역사·문화적 차원에서도 국가적 중요사업이자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의 협력과 협조가 절실하다”며 “앞으로 대한항공,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예·곽재민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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