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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폭탄 될라’…신혼부부도 안 찾는데 짓는 신혼희망타운

중앙일보 2020.10.07 17:53
신혼희망타운 견본주택을 찾은 입주 희망자들이 상담 받는 모습. 뉴스1.

신혼희망타운 견본주택을 찾은 입주 희망자들이 상담 받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신혼부부 주거 지원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신혼부부 전용 아파트(신혼희망타운)의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20~30% 싸게 분양하더라도 착공 물량의 절반가량이 수요가 부족하거나 교통 및 생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7일 중앙일보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 ‘신혼희망타운 입지평가 및 수요분석 결과’ 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착공 예정인 신혼희망타운 전체 공급물량(11만6000가구)의 46.6%(5만4000호)가 잠재수요 부족이나 입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CㆍD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부동산경영학회와경일감정평가법인은 잠재수요와 교통 접근성, 교육시설, 생활인프라 등 입지여건을 분석한 뒤 A~D까지 4개 등급을 매겼다. 
 
신혼희망타운은 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으로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부부나 예비부부, 6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청약할 수 있다. 
 

김해 진례, 원주 무실 등지 8000호 D등급

신혼희망타운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혼희망타운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평가 결과에 따른 성적표는 초라하다. 전체 공급물량의 46.6%(5만4000가구)가 CㆍD등급이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지구를 비롯해 남양주 왕숙과 양정역세권, 평택고덕, 전북 전주역세권 등지에 짓는 4만6000호는 C등급을 받았다. 입지여건은 양호하나 수요 부족으로 공급 과잉이 우려돼서다.  
 
8000가구는 D등급에 해당했다. 경상남도 김해진례, 강원도 원주무실ㆍ남원주역세권, 충북 청주지북지구 등에 공급되는 아파트다. 잠재 수요나 입지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아 공급계획 점검이 필요한 수준이다. 
 
C·D 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입지여건이 떨어지면 ‘내 집 마련’이 급한 신혼부부조차 외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전북 완주에 분양한 ‘완주삼봉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546가구 모집에 39명이 모였을 뿐이다. 전용면적 55㎡는 청약 신청자가 한명도 없었다. 경남 양산 사송지구에 분양한 아파트도 792가구 모집에 117명이 모여 평균 청약 경쟁률은 0.15대 1에 불과했다.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이거나 산업 단지 인근에 있어 주거지역으로 적합하지 않았던 게 청약 미달 사태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미분양신혼희망타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미분양신혼희망타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수도권 역세권에 분양한 아파트의 경쟁은 치열했다. 지난해 말 서울 수서역세권에 분양한 단지는 398가구 모집에 2만4115명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61대1을 기록했다. 
 
문제는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지역의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데 있다. LH의 착공 예정 물량 중 주거환경이 뛰어나 A등급을 받은 사업지는 서울 송파위례, 서울 대방ㆍ공릉아파트 부지,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수도권에 몰려지만, 이들 지역의 신혼희망타운 공급 예정 물량은 전체의 12.9%(1만5000호)에 불과하다.  
 
때문에 신혼부부 주거지원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에만 목표를 맞추다 보면 수요자의 선호도가 낮은 택지지구까지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혼부부의 눈높이에 맞춰 적어도 교통망을 잘 갖춘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도 “신혼희망타운은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며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관점에서 정확한 입지평가와 수요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분양성이 떨어지는 물량은 축소하거나 대체지를 찾을 계획”이라며 “수요와 분양 여건을 고려해 올해 당초 1만호를 공급하려 했지만 8000호로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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