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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뭐냐' 묻자 "재산·권력 가진 사람" 답한 EBS 강사

중앙일보 2020.10.07 13:05
지난 4월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영방송 EBS 소속 강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남긴 답변이 정치적 편향성을 띠거나 사실관계가 틀린 답변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은 최근 5년간 EBS 홈페이지 Q&A 게시판의 강사 답변을 조사한 결과 사실과 다르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띤 답변이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판은 EBS 강의를 들은 학생이 남긴 질문에 강사가 직접 답변을 남기는 곳이다. 
 

EBS 강사 "보수는 기득권 유지, 진보는 약자 권리 증진"

지난해 1월1일 EBS 강사 A씨가 보수와 진보에 대해 묻는 학생의 질문에 남긴 답변. [EBS Q&A 게시판 캡처]

지난해 1월1일 EBS 강사 A씨가 보수와 진보에 대해 묻는 학생의 질문에 남긴 답변. [EBS Q&A 게시판 캡처]

 
지난해 1월 한국사를 가르치는 강사 A씨는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묻는 학생의 질문에 "대체로 보수를 외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재산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해당 답변엔 진보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뒤따랐다. A씨는 "하지만 진보 진영은 가진 자의 재산과 권력을 나누어 하층민을 위해 사용되길 희망하는 편"이라며 "인종·민족·성적 취향 등에 따라 차별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 선고를 앞둔 2016년 12울 EBS 강사 B씨가 Q&A게시판에 남긴 답변. [EBS Q&A 게시판 캡처]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 선고를 앞둔 2016년 12울 EBS 강사 B씨가 Q&A게시판에 남긴 답변. [EBS Q&A 게시판 캡처]

 
한국사 강사 B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을 답변으로 남겼다. 2016년 12월 B씨는 교재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요약이 있는지 묻는 학생의 질문에 "박근혜 정부가 끝나야 요약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촛불 시위로 정권 퇴진' 혹은 '대통령 하야'라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답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이었던 때다.
 

'여당'은 공식적 주체, '야당'은 비공식적 주체?

2018년 12월 EBS 강사 C씨가 Q&A게시판에 남긴 답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여야 구분없이 정당은 '비공식적 주체'로 분류한다. [EBS Q&A 게시판 캡처]

2018년 12월 EBS 강사 C씨가 Q&A게시판에 남긴 답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여야 구분없이 정당은 '비공식적 주체'로 분류한다. [EBS Q&A 게시판 캡처]

 
사실관계가 틀린 답변도 있다. 지난 5월 한 학생이 '소속 정당이 다른 국회의원끼리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냐'고 묻자 중학교 사회 강사 C씨는 "아직 서로 다른 정당 간에 모여 교섭단체를 만든 경우는 안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꾸린 적 있어 틀린 답변이다.
 
개념을 혼동한 답도 남겼다. 지난해 12월 C씨는 중학교 과정서 가르치는 '공식적 주체'의 개념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당인 '여당'이라 공식적 주체가 된다"면서 "그외 다른 당은 '야당'으로 비공식적 주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국회·정부·법원 외에 여·야에 무관하게 모든 정당은 비공식적 주체로 분류한다. 
 
이외에도 C씨는 감사원이 정부의 예산 사용을 확인하는 결산을 "감사원이 스스로 점검 하는 일"이라거나 "국정 조사는 국정 감사 기간이 아닌데 필요하다 생각될 경우 임시회를 열어 진행한다"고 답변을 남겼다. 현행법상 국정 조사는 국감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교섭단체 요구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
 

전 EBS 강사 "Q&A 검수 안해…틀린 답해도 몰라"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직 EBS 강사는 "EBS는 전국 학생들이 보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강의마다 검수자가 배정돼서 강의 내용을 미리 확인하지만, 홈페이지 Q&A의 경우 검수를 거치지 않는다. 때문에 강사가 틀린 답을 남기거나 바쁘면 조교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 반영되는 EBS 강의는 올해 초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졌다. EBS가 운영하는 '온라인 클래스'는 전국 1만1710개 초중고교 중 96.5%가 원격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배준영 의원은 "원격수업 확대로 EBS 활용도가 커진 상황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잘 모르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어 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면서 "교육부가 나서 공신력 높은 교육기관인 EBS의 콘텐트를 감수·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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