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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방부 과거사위 비밀운영 "文방향성 고려해 발굴하라"

중앙일보 2020.10.07 09:30
국방부가 2018~2019년 산하 군사편찬연구소(군편소)에 비밀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뒤 보수 정부 시절 군의 부정적 역사ㆍ사건을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사편찬연구소는 군사사(軍事史)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기관이다. 국방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 국방부 자체 과거사위원회를 운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방향성 고려해' 설립
보수정부 때 벌어진 사건만 파헤쳐
진보 인사 불러 강연 듣기도
활동 1년만에 보고서 한장 없이 종료

1979년 10월 부마 민주항쟁 당시 부산 시내에 등장한 탱크. 국방부 비밀 TF는 부마항쟁 당시 시위 강경 진압을 조사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연합뉴스]

1979년 10월 부마 민주항쟁 당시 부산 시내에 등장한 탱크. 국방부 비밀 TF는 부마항쟁 당시 시위 강경 진압을 조사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연합뉴스]

6일 신원식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5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군사편찬연구소에 ‘민ㆍ군 현안 TF(TF)’를 만들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국방부는 “과거 군이 연관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폭넓은 연구ㆍ조사 활동”이 설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원식 의원실이 확보한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송영무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을 고려해 군도 잘못된 사례를 발굴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2018년 7월 군사편찬연구소를 중심으로 각 군, 군사경찰(당시 헌병)과 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파견자를 받아 TF를 꾸렸다. 연구소는 모두 33명이 근무했는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6명이 TF에 속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TF의 출범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또 활동 기간 중 작성한 회의록 등 내부 자료를 상당수 폐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TF 참가자는 “TF는 대외적으로 보안을 특별히 강조했다”며 “내부에서도 팀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TF가 비밀리에 움직인 이유는 TF의 조사 목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신원식 의원실의 견해다. TF는 모두 4개 팀을 뒀는데, 각 팀은 2~4개의 ‘사건’을 담당했다.
 
1팀은 ▶창군 초기 남로당 숙군 사업 ▶여순 10ㆍ19 사건 ▶6ㆍ25전쟁 부역자 처벌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을 맡았다. 2팀의 사건은 ▶군의 부마항쟁 시위대 강경 진압 사건 ▶베트남 전쟁 퐁니ㆍ퐁넛 민간인 학살 사건 ▶1964년 사법부ㆍ언론 통제 시도 사건 등이다.
 
3팀은 ▶수기사 장병 집단 동상 사건 ▶우리마당 피습 사건 ▶여군 대상 인권침해 사건 ▶연병장 공개재판 등을 조사했다. 총괄팀은 ▶5공 때 부정적 여론을 전환하려는 군의 개입 사건 ▶10월 유신 정신교육ㆍ교재 제작 등을 파헤쳤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무단 침입한 건설반대 시위대들을 경찰들이 연행하고 있다. 국방부 비밀 TF는 강정마을 반대 시위에 대해 군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봤다. [중앙포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무단 침입한 건설반대 시위대들을 경찰들이 연행하고 있다. 국방부 비밀 TF는 강정마을 반대 시위에 대해 군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봤다. [중앙포토]

조사 대상은 모두 군사ㆍ보수 정부 때 사건들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군 관련 부정적 사건은 빠졌다. 이 밖에도 천안함 폭침 때 국민 성금 회식비 전용 의혹, 제주 해군기지 반대시위에 대한 군의 불법적 대응도 조사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이 같은 편향적 조사 대상 선정에 내부 반발이 컸다. 군이 스스로 정체성을 깎아내리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역사 연구소에 연구가 아닌 수사를 지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조사원은 TF에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TF는 활동 중 하나로 외부 강사 초빙 강연을 꼽았다. 그런데 외부 강사 중 한 명인 진보 성향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초빙 강연에서 “'군바리' 새X들이 똑바로 하는 게 뭐냐”며 군을 비하하고 능멸하는 발언을 했다고 신원식 의원실이 전했다.


베트남에서 싸우고 돌아온 청룡부대원이 꽃다발을 목에 걸고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국방부 비밀 TF는 베트남 전쟁 때 양민 학살 사건을 조사하려고 했다. [중앙포토]

베트남에서 싸우고 돌아온 청룡부대원이 꽃다발을 목에 걸고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국방부 비밀 TF는 베트남 전쟁 때 양민 학살 사건을 조사하려고 했다. [중앙포토]

2018년 12월 서주석 당시 국방부 차관이 TF 업무보고를 받았다. 서주석 전 차관은 “군사편찬연구소발 폭탄이 될 수도 있는데, 왜 이런 큰일이 날 짓을 하나. 당장 덮으라”고 지시했다고 신원식 의원실이 밝혔다.
 
하지만, TF는 송영무 전 장관의 후임인 정경두 전 장관 때인 2019년 6월 30일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1년 가까이 조사를 진행했지만, TF는 결과보고서 한장도 만들지 않았다는 게 신원식 의원실의 결론이다.
 
신원식 의원은 “지극히 정치 편향적인 이유로 TF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졸렬하게 보고서조차도 못 내고 끝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당시 시민단체에서 자료 요구가 많았고, 군 내부에 자료 정리가 잘 안 돼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군사편찬연구소에 6ㆍ25 전쟁, 베트남 전쟁, 5ㆍ18 민주화 운동 관련 양민학살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침이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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