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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얻어맞은 ‘알고리즘 조작’···카카오·쿠팡도 네이버 불똥?

중앙일보 2020.10.07 05:00 종합 3면 지면보기
심판이 경기에서 선수로 뛰면서 판정도 한다면 승복할 수 있을까. 그가 정하고 바꾸는 규칙은 공정할까.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장마당의 규칙(알고리즘)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손 본다는 그간의 의심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 제재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뉴스분석
공정위, 쇼핑 검색 등 과징금 267억
플랫폼 사업자로는 역대 최고액

자사상품 노출 비율 임의로 조작
네이버페이 연동 상품 띄우기도

심판이 선수로 뛰며 불공정 게임
네이버 “최적 보여주려 개선” 반박

6일 네이버는 공정위로부터 자사의 역대 최대 과징금(267억원)을 부과받았다. 네이버가 2012년부터 쇼핑 검색결과에서 11번가ㆍG마켓 등 타사보다 자사 오픈마켓(과거 샵N·스마트팜, 지금의 스마트스토어)의 상품이 잘 보이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일부러 여러 번 바꿨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이를 “검색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 경쟁을 왜곡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네이버는 이에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알고리즘 개선 작업이었다”며 “법원에서 부당함을 다투겠다”고 공개 반박했다.    
공정위 vs 네이버,‘알고리즘 변경’공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정위 vs 네이버,‘알고리즘 변경’공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선수 겸 심판’ 플랫폼, 공정성 문제

플랫폼은 마당이라는 의미다. 판을 깔아 고객과 업체를 모으고 중개한다. 쇼핑·배달·심부름·택시호출 등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일부 플랫폼은 ‘선수’로도 뛴다. 쇼핑 플랫폼 쿠팡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동시에, 생수ㆍ마스크 같은 자체상품(PB)도 판매한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2450만 명이 내려받은 택시 호출앱 ‘카카오T’로 택시와 승객을 중개하면서 브랜드 택시 ‘카카오T블루’의 직영·가맹 사업도 한다.
 
이들 플랫폼도 ‘자사 제품을 우선 노출한다’, ‘앱으로 들어온 호출을 자사 택시에 주로 배분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선수 겸 심판의 규칙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다. 플랫폼들은 이에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정한다’고 방어해 왔다.
 

‘알고리즘 방패’ 깬 공정위 제재 

공정위의 네이버 제재는 이 방어 논리를 흔들었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자사우대’를 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조치 사례”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변경이 자사에 유리한 ‘맞춤형’이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그 증거로 ‘사업적 판단을 하면 (그에) 맞춰 테스트하겠다’, ‘(네이버 마켓의 노출 점유율을)5%씩 늘려가며 외부 반응을 살펴볼 순 없냐’ 등 네이버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플랫폼 업체는 긴장한다. 이번 일로 플랫폼의 검색·배분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어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며 “데이터에 적용하는 변수(파라미터)는 사람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쇼핑 플랫폼 관계자는 “업계에선 공공연히 하는 일을 공정위가 확인한 것”이라며 “판매자나 고객을 위해 알고리즘을 명확하게 하는 게 좋지만, 누구에게 얼마나 공개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최적화된 결과를 내놓는 알고리즘은 IT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데, 이를 전면 공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중개’ 확장, 제동 걸릴까

‘중개’ 형태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해온 네이버의 사업 전략은 암초를 만났다. 네이버는 쇼핑몰 ‘샵N’을 운영하다 지난 2014년 접었다. 검색 사업자로서의 압도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쇼핑까지 장악하느냐는, 이른바 ‘포털 공룡’에 대한 견제와 비판 때문이었다. 이후 네이버는 금융·택시 등 사업에 직접 뛰어든 카카오와 달리, 중개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에는 11번가·G마켓 등과 달리 판매 수수료가 없다. 대신 결제 수수료와 노출(광고) 수수료가 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로 소비자가 결제하면 업체가 네이버에 수수료를 낸다. 공정위는 “2015년 네이버페이 출시 시점에 맞춰, 연계된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의 제품을 검색 결과에 더 많이 노출했다”고 밝혔다. 판매 수수료는 없지만, 결제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스토어 제품이 많이 팔리면 네이버의 매출도 는다.
 
결제 수수료는 네이버의 다른 중개 사업에도 연관돼 있다. 네이버의 유료 상담서비스 ‘지식인 엑스퍼트 법률’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이어주고 상담료의 1.65~3.74%를 수수료로 받는다. 네이버는 이를 사건 중개 수수료가 아닌, 상담료를 결제한 수수료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한국법조인협회는 네이버가 사건을 알선하고 금품 받는 것을 금한 변호사법을 어겼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아마존·구글의 순위 조작, 미·EU서 적발 

거대 인터넷 기업의 자사 우대 정책은 미국·유럽에서도 논란이다. 지난 7월말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는 미국 온라인 시장 매출의 75%를 점유한 아마존이 입점사 상품을 제치고 자사 상품을 우선 노출한다는 내부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시실린 민주당 하원 의원은 "아마존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의회가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7년 구글은 상품 검색 결과에서 구글 쇼핑의 상품을 경쟁사 상품보다 위에 배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약 24억 유로(3조285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심서현ㆍ하선영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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