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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서 이겼는데도…유승준 비자발급 또 거부당했다

중앙일보 2020.10.07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2003년 약혼녀 부친상 조문을 위해 일시 입국했던 유승준씨의 모습. 정부는 유승준씨의 비자발급을 또 거부했다. 김성룡 기자

2003년 약혼녀 부친상 조문을 위해 일시 입국했던 유승준씨의 모습. 정부는 유승준씨의 비자발급을 또 거부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7월 정부와의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던 가수 유승준(43)씨의 한국 입국이 또다시 좌절됐다. 
 

유승준 측 다시 행정소송 "한국땅 밟고 싶은 작은 소망"

정부가 대법원의 패소 판결에도 과거 유씨의 병역 기피를 이유로 지난 7월 2일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씨가 한국에 입국할 경우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재외동포법을 그 근거로 삼았다. 
 

정부 2차 비자발급 거부, 유승준은 또 소송  

하지만 유씨의 변호인단은 5일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는 유씨의 입국금지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처벌이란 대법원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LA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에 반발하면서 시작돼 2019년 대법 판결이 났던 유씨의 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유씨는 정부의 2차 비자발급 거부 이후 변호인단에 "이제 한국 입국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변호인들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해 소를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20일 열린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취소 파기환송심에서 변론을 마친 유씨의 변호인 임상혁(왼쪽), 윤종수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0일 열린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취소 파기환송심에서 변론을 마친 유씨의 변호인 임상혁(왼쪽), 윤종수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유씨의 소송에 법무부와 외교부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2015년 처분에 구속력이 있을 뿐"이라며 "법원 판결을 검토해 다시 비자발급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유독 유씨에게만 과도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준 입국금지 사건의 전말 

1990년대 가수로 활동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던 유씨는 2002년 미국 국적을 취득해 입대하지 않았다. 병역 회피 논란이 일었고 정부는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유씨는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 한국 LA총영사관에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발급을 신청했다.
 
당시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안전보장 저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국금지 대상이 될 수 없다. 유씨가 비자를 신청했을 당시의 나이가 38세였다. 
 
하지만 LA총영사관은 2002년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근거로 비자발급을 거부했다. 유씨는 소를 제기했고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이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2002년 입국이 좌절됐던 유승준씨의 모습. [중앙포토]

2002년 입국이 좌절됐던 유승준씨의 모습. [중앙포토]

유승준 손 들어줬던 대법원  

대법원은 당시 총영사관이 유씨가 비자발급거부 대상인지조차 따져보지 않은 채 과거 법무부 장관의 결정만으로 비자를 내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한 "출입국관리법상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5년간 입국을 제한할 뿐"이라며 "재외동포에 무기한의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유씨에 대한 처분이 그의 잘못에 비해 과도하다며 "유씨의 위반 내용과 제재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이례적 입장도 밝혔다. 
 

변호인과 정부의 입장  

유씨의 변호인은 정부의 2차 비자발급 거부가 이런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는 "대법 판결의 취지는 결국 유씨의 제재가 과도해 입국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파기환송심에선 이 비례의 원칙 부분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하진 않았다"며 "재량권 불행사 부분을 검토해 법령에 따라 비자발급거부 처분을 다시 한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유씨의 변호인단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병역기피로 보고 무기한 입국금지를 한 사례는 유승준씨가 유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9월 '유승준 입국 금지 청원'에 대해 "법원 판결 확정 후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던 모습. [청와대 유튜브 캡처]

청와대가 지난해 9월 '유승준 입국 금지 청원'에 대해 "법원 판결 확정 후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던 모습. [청와대 유튜브 캡처]

유승준 측 "유승준은 테러리스트 아냐"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승소 소식을 접한 유씨의 가족들은 울음바다가 됐었다고 한다. 1·2심에서 패소해 기대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정부의 입국 거부 조치로 인한 좌절감도 큰 상태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유씨는 20년 전 인기가 있었던 연예인에 불과할 뿐, 테러리스트도 재벌도 아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이어 "유씨는 지난 18년간 온갖 비난과 조롱을 당하면서도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며 "정말 유승준이 입국하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등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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