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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외부에도 사람 없고, 미스터 트롯도 어려워”

중앙일보 2020.10.07 00:34 종합 24면 지면보기

서울시장 보선 D-6개월, 김종인의 힘겨운 후보 찾아 3만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석 연휴를 보낸 정치권은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전으로 달려나가는 중이다. 곧장 이어지는 대권 흐름을 좌우할 대선 전초전이다. 여야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은 대선 길목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엔 거의 모든 정치가 걸려 있다. 승리하면 대선 전망이 밝아지겠지만 패배하는 쪽은 총선 참패 이상의 충격파로 지도부 책임론과 리더십 공백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여야 모두 신뢰 못 받는 상황이
2011년 박원순 당선 때와 비슷
결국 당내서 후보 선출되겠지만
참신성과 확장성을 기준 삼아야”

정확하게 6개월 앞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도 그때까지다. 이기면 임기 연장과 함께 대선 역할론이 힘을 받는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당내외 대선 주자들의 잠행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가 대선 레이스에 직접 올라탈지도 모를 일이다. 지면 퇴진은 물론 당 자체가 요동치게 된다. 문제는 승리를 장담할 필승 카드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안철수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 전 시장은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쪽이다. 국민의힘에선 성추문으로 인한 보선인 만큼 여성 후보를 내자는 목소리도 높다.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꼽히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을 얘기한다. 현재 당내 구조상 김 위원장이 특정인을 찍어서 공천하는 건 불가능하다. 새 인물이면 경선 승리도 어렵다.
 
후보 찾기도 어렵고 찾은 후보가 선출되는 것도 어려운 구조에서, 김 위원장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내세우려는 것일까. 그의 힘겨운 후보 만들기는 어디쯤 와 있는지 물었다.
 
서울시장 후보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나.
“개인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당 안팎에 딱 떨어진 사람도 없다. 출마하려는 사람은 꽤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얘기할 뿐 나서서 의사 표시를 하는 사람도 없다. 곧 재보선 대책기구를 띄운다. 거기서 논의를 모아가려 한다.”
 
후보는 언제쯤 선출될까.
“연내엔 어렵고 실질적으론 내년으로 넘어갈 거다.”
 
선출 기준은 뭔가.
“내년 선거는 기본적으로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후 보궐선거와 양상이 비슷하다. 당시 야권 단합이라곤 했지만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 간판으로 이겼다. 제도권 정당과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게 무참하게 나가떨어졌다. 민주당은 후보 선발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본선에서 무소속에 패했다. 이번에도 일반 시민들은 여든 야든 제도권 정당에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후보가 일반 시민에게 지지받을지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다.”
 
당 밖에서 영입하겠다는 뜻인가.
“따지고 보면 영입할 사람도 없다.”
 
김동연 전 부총리나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영입 얘기가 있던데.
“김 전 부총리는 요즘 활동을 보면 대권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들 하더라. 염 전 총장은 처음 듣는 얘기다. 두 사람과 대화한 일이 없다.”
 
김택진, 이재웅 등 기업체 CEO들도 영입 대상인가.
“만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결국 당내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하고 찾아질 거라고 본다. 다만 가급적 새롭고 확장성 있는 사람이 선택되지 않겠나.”
 
왜 그런가.
“서울에서 완패당한 정당이 살아남았다는 얘기는 대한민국 정당사에 없다. 여당이 전패하면 정권이 무너졌다. 자유당도 공화당도 그랬다. 그런 인식이 우선이다. 우린 지난 총선 때 수도권서 완패했다. 30, 40대에게 국민의힘은 아직도 거부 반응이 많다. 꼼짝을 안 한다. 당이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줘야 하고 무엇보다 후보는 새로워야 한다.”
 
안철수 대표를 거론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그 사람이 적합하다고 하는 분들의 심정을 모르겠다. 본선 역량이야 경선 과정을 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사람의 뭘 보고 그 사람을 그렇게 많이들 거론하는지 이유도 모르겠다. 자신 있으면 우리 당에 입당해서 서울시장 후보를 따내면 된다. 그럴 정치적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서울의 호남 출신 인구가 30%를 넘는다. 영남 후보여서 그런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호남 출신 아닌 박원순 전 시장도 선거에서 이겼다. 일반 국민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어느 지역 출신이란 건 별문제 아니다. 다만 안 대표의 정치적 행적을 놓고 봤을 때 여러 번 민주당에 들어가 대권 후보에 들어갔다가 안 되니까 뛰쳐나왔다. 국민의당 만들어서 확고한 의석을 차지하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주어진 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같이하고 경쟁력을 보여주면 된다. 밖에서 합당하자고 한다는데 그건 못한다. 우리 정당사에 합당해서 성공한 예가 없다. 황교안 전 대표도 총선에서 합당한 뒤 대패했다.”
 
윤희숙 의원은 어떤가.
“신선한 맛이 있고 개인적으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본다. 다만 본인이 어떤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서초구 의원이란 점이 본선 핸디캡이란 주장도 있던데.
“지금 우린 실질적으로 전략공천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먼저 당내 여론이 형성되고 시민들의 여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선 룰도, 후보도 확정될 텐데 어쨌든 서울시민은 새 사람을 원하고 있다.”
 
미스터 트롯 방식을 도입한다는 뜻인가.
“미스터 트롯 방식이란 여럿이 출마하면 노래 실력을 보고 걸러 내자는 것이다. 걸러낼 수 있는 심판관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무대에서 인정받지만 정치인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공직 후보자 선출에 미스터 트롯 방식이 통하겠나. 결국 당과 당 외부의 심판관 선정 비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 정도로 결론 날 거다.”
 
부산시장 후보로 김무성 전 대표가 거론되던데.
“하하하. 들어본 적이라곤 없는 말이다.”
 
내년 선거의 대체적 판세는 어떤가.
“우리가 제대로 된 후보만 내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분위기를 보면 현 집권 세력이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 지면 대한민국이 이상해진다.”
 
미스터 트롯 경선 룰 도입될까
국민적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은 전문가 평가와 함께 국민 반응과 선호도를 반영해 최종 우승자를 뽑았다. 결승전 문자 투표가 800만건에 육박했다. 적극적으로 참여 신청을 한 국민선거인단과는 의미가 다르다. 정치권 용어로 번역하면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으로 공직 후보를 결정한 셈이다. 도입되면 상향식 공천의 가장 급진적 모델인데 실질적으론 ‘열성 지지층’ 확보가 중요하다. 학력이나 경력 등 ‘간판’보다 현장에서의 팬클럽 경쟁이 관건이 된다.
 
경선 룰은 전혀 뜻밖의 후보가 만들어지는데 결정적 요소다. 2006년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대표 사례다. 당내에선 맹형규·홍준표 의원이 양강 후보로 뛰었다. 당시 전통적인 대의원 경선 방식에서 벗어나 민심 반영 비율을 높였는데 갑자기 당 밖의 오세훈 전 의원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당원 선거인단에선 맹 의원이 승리했지만 경선 룰 개정으로 민심 반영 비율이 늘어나면서 오 전 의원이 승리했다. 여론조사를 압도해서다.
 
국민의힘은 이후 대의원과 당원선거인단의 ‘당심 50%’, 국민선거인단과 여론조사의 ‘민심 50%’로 공직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선출 방식은 당헌·당규를 손대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결승전 문자 투표와 같은 식의 의사 표시를 당심 50%의 일부에 배정할 수도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선 룰을 바꾸자는 쪽이다. 그에게 물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룰이 국민참여형으로 바뀌나.
“다음 주 출범할 선거기획단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민심 비율을 더 높이는 쪽이 될 거라고 본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라면 당원 선출이 맞지만 공직 후보자는 민심과의 싱크로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전략 공천과 외부 인사 영입이 힘들어지지 않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인만큼 시민이 가급적 많이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심을 확 끌 만큼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한차례만도 아니고 두세 단계에 걸친 결정으로 주목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김종인 대표는 부정적이던데.
“김 대표는 전문가 심사와 평가에만 주목하는데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광범위한 국민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점점 후보를 줄여나가, 후보 만드는 과정을 충분히 알리자는 게 관건이다.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훌륭한 분들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만들어질 거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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