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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힘든 건 중소기업 못 믿는 사회”

중앙일보 2020.10.07 00:04 경제 5면 지면보기
오원철 정원이앤씨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해상용 첫 스크러버 출하식에 참석했다. 중소기업이 60㎽급 엔진에 장착하는 스크러버를 만들어 출하한 첫 사례였다. [사진 정원이앤씨]

오원철 정원이앤씨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해상용 첫 스크러버 출하식에 참석했다. 중소기업이 60㎽급 엔진에 장착하는 스크러버를 만들어 출하한 첫 사례였다. [사진 정원이앤씨]

오원철(65) 정원이앤씨 대표는 올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정원이앤씨는 경상남도 고성에 있는 공해방지 설비 제조업체다. 2014년 세워진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성장했다.
 

오원철 정원이앤씨 대표
오염물질 90~99% 저감 기술
해수부 신기술 인증받았지만
선주들 외면에 회사 매각할 판

올 1월엔 하나의 장비로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을 동시에 90~99%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올해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모든 선박에 대해 연료의 황 함유량을 낮추도록 하는 환경규제를 발동한 해라, 스크러버(탈황장치)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악몽 같은 코로나19가 터졌다. 불과 1~2개월 사이 5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이 무산되거나 미뤄지고 사업 미팅들도 취소됐다. 오 대표는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한해가 다 날아갔다.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빛을 못 보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힘든 건 업계에 퍼진 중소기업에 대한 불신이었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도록 장려해도, 선주들은 국내 중소기업은 못 믿겠다며 독일·일본 등 선진국 제품이나 중국 저가 제품을 선택했다. 오 대표는 “중소기업 사장들끼리 만나면 ‘우리 손자들은 (중국에 시장을 다 뺏겨) 중국사람 바람막이하고 있겠다’고 걱정을 한다”며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가져도 정부든 고객사든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 8개월째. 그는 회사를 건사할 길을 찾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표 선사인 몰(MOL)사가 탈 오염 스크러브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해 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구매 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참여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정책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과거 상황을 많이 봐서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바뀐다면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한국도 이제는 있는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원천기술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자국 기술을 등한시하고 무조건 해외 기술만 가져오려는 짧은 시각을 버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대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좋은 기술을 사장하지 않고 직원들 삶의 터전만 지킬 수 있다면 인수가 되든 합병이 되든 뭐가 아쉽겠나”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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