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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파탄땐 임신 24주도 낙태 가능…'먹는 낙태약'도 합법화

중앙일보 2020.10.06 22:26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는 대신 임신 14주 이하인 경우 인공 임신중절(낙태)을 조건 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임신 24주 때까지 낙태가 가능해진다. 성범죄로 인한 임신,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먹는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프진을 합법화한다. 하지만 종교계와 여성계가 모두 반발 움직임을 보여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수
혼인 사실상 파탄, 출산·양육 소득 불안정하면 15~24주도 허용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 한다. 중앙일보가 6일 입수한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본인이 요청하면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한다. 임신 14주 때 태아는 보통 키 10~12㎝, 몸무게 70~120g 정도다. 강간·준강간 등의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친족간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될 경우 임중 중기에 해당하는 24주까지 낙태가 허용된다. 또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거나 출산·양육에 위한 소득이 불안정한 경우 등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어도 가능하다. 
 
또 의사에게 인공임신중절 관련 설명 의무가 부과된다. 여성에게 충분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반복적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피임방법이나 계획임신 등을 설명하면 건강보험에서 상담 수가를 인정한다.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보건소 등에 설치해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사회·심리적 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긴급전화·온라인 상담 체계도 구축한다. 상담내용을 누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일명 미프진)을 합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낙태 방법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 정의를 개정함으로써 약물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미 75개국에서 약물법을 사용 중이다. 그동안 여성계에서 미프진 합법화를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남용을 우려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대해왔다. 국내 수입되지 않는다. 
 
정부는 다만 임신 15~24주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할 경우 의사·전문가 상담과 24시간의 숙려(熟慮·곰곰이 생각하거나 궁리함) 기간을 두도록 의무화했다. 상담이나 숙려기간을 거치면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부모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한 미성년자의 경우 상담 사실확인서만으로 시술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개정안은 의사가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의사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단 고의적인 시술지연 방지를 위해 시술 요청 즉시 의사가 가능여부를 알려야 하고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에 환자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는 7일 입법예고 후 40일 이상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래픽]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정부가 현행대로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정부가 현행대로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 처벌 조항(형법 268조·27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마련됐다. 헌재는 위헌성은 인정되지만 올해 말까지 대체 법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계와 낙태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해 온 종교계에서는 모두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진일보한 안으로 볼 수 없다. 여성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 대한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인권적 차원에서 오히려 퇴보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여성계에서는 이미 특정 임신 주수 허용 형태로 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이를 비판해 왔다. 
 
이와 달리 한국천주교주교회는 “여성의 행복과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의사회도 낙태법 개정 방향 제1원칙으로 ‘태아 생명 보호’를 꼽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임신 14주 초과 여성의 낙태 상담제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상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미성년자나 불륜 등 상황이라면 관련 절차를 밟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임신 24주가 지났지만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 등 다양한 경우의 수들을 꼼꼼히 고려해 법안을 보다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미프진=프랑스 제약회사가 1980년 개발한 낙태 유도제의 상품명이다. 미페프리스톤을 주성분으로 한다. 2005년부터 WHO(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75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한국에서는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가짜 미프진을 복용했다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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