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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힘싣자 민주당 "한글날도 차벽"…방역인가 기본권 침해인가

중앙일보 2020.10.06 18:05
 

"한글날에도 집회를 통제하기 위한 차벽 설치에 대해 당연히 동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경찰이 지난 3일 보수 시민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전경버스 300여대로 광화문 광장을 에워싸 원천 봉쇄한 것에 대해 "경찰 차벽은 코로나 유행을 막았고, 코로나로부터 국민을 지켜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전면 통제하기 위해 전경 버스 300여대를 활용해 광화문 광장을 에워싸는 차벽을 설치했다. [뉴스1]

경찰은 지난 3일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전면 통제하기 위해 전경 버스 300여대를 활용해 광화문 광장을 에워싸는 차벽을 설치했다. [뉴스1]

그러면서 윤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2011년 차벽 설치에 대해 내렸던 위헌 결정에 대한 나름의 해석론도 내놨다. 그는 "지금이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명백하게 중대한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진행자에게 "지난 8월 광복절 집회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당시 헌재가 차벽 설치를 “개별 집회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라고 평가한 뒤 극히 예외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를 언급한 것을 두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주장한 것이다. 
 

"감염 방지위해 불가피" vs "기본권 침해" 

민주당은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차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차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차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차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3일 이후 차벽을 이용한 보수 단체 집회 원천 봉쇄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더 가열되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9일 또 한 번의 집회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의 조치를 "빈틈없었다"고 칭찬했고 같은 날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은 “차량을 통해서 집회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만 지켜지는 게 아니다”며 “(차량 집회 외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개연성도 상당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차량시위도 원천 봉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여권의 주장은 경찰의 논리와도 상통한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근거로 내세우는 건 2019년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다. 당시 서울고법은 2015년 민주노총 민중총궐기 투쟁 당시 설치된 차벽에 대해 “시민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차벽을 이용해 그 진행을 제지하는 것 외에 위험을 제지할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며 정당성을 인정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각목·밧줄·사다리 등을 지참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을 전제로 나온 판결이었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정부가 뭐가 두려워 막대한 경찰력과 버스를 동원해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찰 차벽을 “코로나19 계엄령”이라고 표현했다.
 
정의당도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는 쪽에 섰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개천절 차벽은) 단계적 제한이 아닌 봉쇄 및 금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차벽 설치”라며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불법으로 선포하는 것은 경찰에 의한 집회 허가제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권 제한시엔 구체적 근거 있어야"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 인근의 차량 집회 현장. [뉴스1]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 인근의 차량 집회 현장. [뉴스1]

헌법학자들의 견해는 윤 의원 등 정부·여당의 해석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방법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침해할 수 없는 자유가 아닌 만큼 국가가 규제할 수 있지만 그 규제 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더라도 전면적 금지가 아니라 대체 수단을 마련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차벽으로 틀어막는 것은 과잉 규제이고 과잉 진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규제인데 이를 위해선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공익 등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때도 그 폭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며 “이번 개천절 집회 금지는 기본권에 대한 과잉 제한이고, 명박산성 등으로 표현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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