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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독자 핵추진 잠수함 건조 위해 방위비와 빅딜 노리나

중앙일보 2020.10.06 17:52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설명하고 핵연료 도입을 타진했지만, 미국 측이 군수용 핵물질 반출을 금지한 국내법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공개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달 방미, 핵잠수함 연료 도입 타진했으나 거부
핵연료인 20% 저농축 우라늄 독자생산 플랜 B 추진
靑 일각 "핵잠 예외 인정 원자력협정 개정 의견 접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김 차장의 지난달 16~20일 방미 당시 미국이 핵잠수함용 핵연료 판매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에 관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국익에 관한 문제니 신중한 접근을 당부드린다"고만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원자력법상 농축우라늄의 군수용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을 포함한 20여개 관련 국제협정에서도 '군수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no military application)'라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동맹이라도 핵 비확산을 위해 핵물질의 군수용 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일관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개정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아래 20%까지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경로는 마련했다. 다만 10조 2항은 '원자무기의 제조 또는 연구개발, 기타 군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해 민수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현종 차장이 실제로는 핵잠수함의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독자 생산하는 플랜B를 목표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방위비분담금(SMA) 인상 협상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 일각에선 "방미 기간 원자력협정 개정에 관해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프랑스 쉬프랑급 핵추진 잠수함. 이 핵잠수함은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 같은 방식의 핵잠수함 건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

프랑스 쉬프랑급 핵추진 잠수함. 이 핵잠수함은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 같은 방식의 핵잠수함 건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

지난달 방미 과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날 "김 차장도 미국 행정부 내 비확산파의 반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백악관간 하우스 투 하우스(house to house)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며 "이번 방미 때에도 핵잠수함 연료 독자 생산을 예외로 하는 원자력협정 개정에 관해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랜 B의 하나로, 정부 내에선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핵잠수함을 도입하거나 자체 건조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해군이 2017년 작성한 ‘한반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유용성과 건조 가능성’에 따르면 국내에서 핵잠수함을 개발할 경우 7년의 시간과 1척당 1조 3000억~1조 5000억원 비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독자 설계한 핵잠수함용 원자로는 4년 안에 시운전할 수 있다”며 “1번함 건조엔 1조 5000억원이 들어가지만 이후 비용은 1조 3000억원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독자 설계를 자신하는 배경엔 한국형 중소형원자로(SMR)인 스마트원자로가 있다. 스마트원자로는 1990년대 러시아 핵잠수함 원자로 제조회사인 OKBM로부터 받은 관련 설계도와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균렬 교수는 또 “농축도 20%의 원자로는 30~40년간 연료 교체가 필요 없다”며 “상업용 원자로 수준인 농축도 3.5%의 우라늄 원자로는 최소 10년을 간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프랑스 핵잠수함인 쉬프랑급(4765t) 구매를 검토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쉬프랑급은 바라쿠다급이라고도 불리는데 미국과 달리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원자로를 탑재한다. 미국 핵잠수함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쓴다.
 
하지만 결국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원자력 기술과 원료를 '민수용'으로만 통제하고 있는 미국이 최대 걸림돌이다. 미국으로선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한국에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일본도 곧바로 핵잠수함 건조에 길을 터주는 것이라서 실제 협정 개정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을 용인할 경우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어 미국은 이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예외 인정이 아니라 전체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어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는 물론 동북아 전력 재배치까지 포함한 검토가 끝나야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SMA) 문제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장기적인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 의존도 축소, 중국 군사적 위협 억지 등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설득할 수단은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효식·이철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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