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학금 100만원, 숙소 제공" 주민들 전교생 10명 학교 구하기

중앙일보 2020.10.06 15:42

황토방 펜션 무료, 전·입학 장려금도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 있는 장연초등학교 전경.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 있는 장연초등학교 전경. [사진 괴산군]

 
학생 수 감소 여파로 분교(分校)로 격하될 위기에 놓인 시골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학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분교는 주로 학생 수가 적은 시골지역 학교의 교육기능 유지를 위해 교장, 교감을 따로 두지 않고 운영하는 학교다.

충북 괴산 장연초 전교생 10명에 분교 위기
장연면 주민들 비대위 구성해 학생 유치전
빈 집 무상 제공, 입학축하금 등 혜택 제공

 
 6일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전교생이 10명인 장연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분교 가능성이 커지자,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전입생을 모으고 있다. 1936년 장연면 소재지에 문을 연 장연초는 이 지역의 유일한 초등학교다. 과거 600~700명에 달했던 이 학교는 2016년 학생 수가 19명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13명까지 줄었다.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은 지난 2일 ‘장연초등학교 분교장 개편 행정예고’를 공고하고 내년 4월 1일까지 학생 수가 20명을 초과하지 못할 경우 2022년 장연초를 인근 학교의 분교장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 장연초 재학생은 10명으로, 이 중 1명이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최소 12명의 전입생을 받아야 분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청은 행정예고에 앞서 지난 4월 주민들에게 장연초 분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주민들은 두 차례 교육청을 찾아가 “분교 개편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복만 장연초 살리기 대책위원장은 “면 지역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 차원에서 분교 개편을 2년 뒤로 미뤄주면 그 사이 주민들이 대응책을 찾아보겠다고 하소연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장연면 주민 80% “분교 유예해달라” 

충북 괴산 장연면 주민들이 지난 8월 장연초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입생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 장연면 주민들이 지난 8월 장연초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입생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괴산군]

 
 다급해진 주민은 지난 8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는 장연면 주민들과 지역의 기관·단체 6곳과 함께 지난달 22일 분교장 개편에 반대하는 1477명의 서명을 받아 괴산증평교육지원청에 의견제출서를 냈다. 장연면 인구가 186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80%에 육박하는 주민이 서명에 참여한 것이다.
 
 대책위는 전입생 유치를 위한 혜택도 내놓았다. 이들은 장연초로 전학 오는 학생들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주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황토방 펜션 2동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했다. 황토방 펜션은 2015년 마을발전사업으로 지은 것이며, 주민들은 펜션 운영으로 연간 1000여만 원을 벌고 있다. 최 위원장은 “전학을 오고 싶어도 주거가 확보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무료로 숙소를 지원하게 됐다”며 “펜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대책위가 움직이자 다른 단체에서도 학생 유치를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괴산군민장학회는 입학 축하금 30만원과 전·입학 장려금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장연초 동문회는 아토피 예방을 위한 장연초 교실 리모델링 비용 500만원을 내놓고, 마을에는 월 30만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산물 박스에 전단지 넣어 학교 홍보

충북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충북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장연교회장학회는 초등학생에게 월 3만원, 유치원생에게 월 1만원의 학습보조금을 지급한다.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빈집 2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혜택도 제시했다. 장연면 관계자는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내년 말까지 장연면에 짓는 ‘행복나눔둥지’ 주택 10호를 장연초로 전학 오는 가족을 위해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며 “학교 인근에 300㎡ 규모의 공부방도 새로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연면 주민들은 지역 대표 농산물인 대학찰옥수수와 절임배추를 택배로 판매할 때 장연초 홍보물을 동봉하는 등 전학생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황광복 장연초 총동문회장은 “주민들과 동문의 노력으로 인천, 평택, 충주, 음성 등 각지에서 전학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학생 유치에 희망이 보인다”며 “교육당국에서도 분교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소외 지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