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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승만·박정희 비하, DJ·盧 칭송…공공기관의 고3 퀴즈

중앙일보 2020.10.06 12:27
“1948년에 제정된 북한 헌법 문제다. 1948년 북한 헌법 103조는 수도와 관련된 조항이었는데, 당시 북한 헌법에서 정해놓은 북한의 수도는 어디였을까?”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사업회)가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퀴즈대회를 개최하며 낸 문제다. 답은 서울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6일 “사업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해당 퀴즈대회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문제가 다수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청소년 퀴즈대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청소년 퀴즈대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 [뉴스1]

박 의원실에 따르면, 사업회는 지난해 11월 26일 ‘대동한마당 퀴즈대회’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출제된 85개 문제 중 상당수는 근현대사에 대한 문제였고, 참가자는 고3 학생이었다. 박 의원은 “보수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아 악의적으로 표현했다”며 몇 가지를 예로 들었다.

 
 
○× 3번 문제: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군사 쿠데타를 통해 헌법을 파괴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잡은 일은 박정희 때 한 번 있었다
답: X

 
난이도 하 객관식 13번 문제: 1961년 쿠데타를 주도하여 권력을 장악한 뒤,  1979년 사망할 때까지 18년 동안 장기집권을 이어갔던 인물은?
답: 박정희

 
난이도 중 객관식 9번 문제: 첫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4년, 두 번까지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50년대 내내 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 헌법을 바꾸어가면서 12년 동안 권력을 독점했던 이는?
답: 이승만

 
박 의원실은 “반대로 좌파정권이나 인사에 대해선 미화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문제를 제시했다. 퀴즈 중 답이 김 전 대통령인 문제는 2개였다.

 
첫 번째 문제 질문은 “1997년에 치러진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당선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낸 대통령은?”, 두 번째는 “국가 예산을 들여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회 설립의 근거가 된 법률을 제정한 때 대통령은?”이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문제는 “2002년 대통령 선거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부터 일반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치러졌다. 민주주의의 심화와 확대를 추구한다면서 이 선거에서 당선된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를 불렀던 말은?”이었고 답은 참여정부였다.

 
참여연대에 대해선 “1994년에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대안 제시를 통해 인권의 향상과 사회 정의, 공익 실현 등을 내걸고 창립하여 대표적인 시민 단체로 성장한 단체”라고 표현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선 “6월 항쟁 이후 집회와 시위 문화가 다양해졌다. 다음 사실과 모두 관련이 있는 단어는?”이란 질문 아래 ▶여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희생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활동이 활발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큰 논란이 됐다 등의 지문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문제 출제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대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 출신이며, 편향적인 내용으로 문제가 된 다른 도서 집필에도 참여했다”며 “교육기본법에선 교육이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이 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문제에 출제자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가 묻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것과 북한 헌법 알리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 의도도 해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업회 측은 “사업회에서 2년 동안 연구 용역을 맡겨 만든 자료집을 바탕으로 현직 교사가 대표 출제한 것으로, 교과서와 참고서에 다 나오는 내용이라 전혀 문제없다”며 “편향성이 없고, 상식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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