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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초등생에 "사진 뿌린다" 협박한 그놈···잡고보니 중학생

중앙일보 2020.10.06 12:03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당시 SNS 대화를 재구성한 예시문. [사진 서울시]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당시 SNS 대화를 재구성한 예시문. [사진 서울시]

# SNS에 배우가 꿈이라는 글과 사진을 남긴 A양(19)은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의심쩍어 응답하지 않았지만 상대는 계약서와 명함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출연 제안을 했다. 상대는 프로필용 사진을 요구했고 그중에는 신체 노출 사진도 있었다. 이후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이 시작됐다. 상대는 A양을 협박하며 모텔에 데려가 성폭력을 했고 그곳에서 몰래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아동 대상 성범죄
‘서울시 지지동반자’ 경찰과 범인 검거
“n번방 사건 보도 이후 피해 신고 늘어”
가해자 10대~20대 초반 남학생들

# 부모가 맞벌이하는 B양(11)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전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어느 날 게임에서 누군가 “너 게임 되게 잘한다”며 말을 걸었고 자연스럽게 나이와 사는 곳 등을 물으며 채팅방에 초대했다. 3개월 정도 채팅하며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 “숙제하기 싫지” 등 정서적으로 접근해온 상대는 얼굴 사진으로 시작해 치마 입은 사진, 다리 사진 등 점점 수위 높은 사진을 요구했다. B양이 두려움에 거부하자 “보낸 사진 SNS 친구들에게 다 뿌릴까”라며 협박을 이어갔다. 
 
# 14살 C양 역시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었다. 오픈채팅방에서 두 남성이 C양에게 말을 걸었고 이들은 야한 놀이, 노예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상대는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놀이라면서 점점 수위가 높은 사진을 받아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해 사진을 받아내는 데 보통 3~6개월 걸리는데, C양을 노린 남성은 놀이를 빙자한 접근 방식으로 일주일 정도 만에 사진을 손에 넣고 본색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당시 SNS 대화를 재구성한 예시문. [사진 서울시]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당시 SNS 대화를 재구성한 예시문. [사진 서울시]

 
이들 사건은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 지원서비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공조해 적발한 사례들이다. 서울시와 경찰 간 공조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를 검거한 첫 사례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사업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피해가 접수되면 채증, 고소장 작성, 경찰서 진술, 법률·소송 등 전 과정을 지원하고 가해자 검거 뒤 심리치료 등 사후관리도 한다. 
 
가해자들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아동·청소년을 주로 게임·채팅앱·SNS 등에서 놀이 등으로 유인했다. 처음에는 꿈을 이뤄주겠다거나 고민을 들어준다면서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해 협박했다.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방식의 범죄다. 
 
서울시는 A양의 피해 접수를 받아 협박받은 내용과 영상을 채증하고 고소장을 작성해 바로 다음 날 경찰서에 제출했다. 진술 과정에 동행하고 A양의 잘못이 아님을 알리며 수사에 협조했다. 경찰은 잠복 끝에 가해자를 검거했다. 검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가해자는 20대 유학생으로 수사 결과 피해자가 20명에 달했다. 가해자는 다른 피해자의 영상을 SNS 친구들에게 유포하기도 했다.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 지원(2019년 10월~2020년 8월). [사진 서울시]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 지원(2019년 10월~2020년 8월). [사진 서울시]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 지원(2019년 10월~2020년 8월). [사진 서울시]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 지원(2019년 10월~2020년 8월). [사진 서울시]

B양 사건은 아이 행동이 이상함을 눈치챈 어머니가 휴대전화 내 불필요한 파일을 제거하는 휴지통에서 사진을 발견하고 서울시 지지동반자를 찾으면서 알려졌다. 이 사건 가해자는 10대 중학생이었다. 지지동반자는 B양뿐 아니라 자책하는 B양 부모에게 정서적 지원을 하고 있다. C양 역시 어머니가 휴대전화 채팅방을 보고 범죄 사실을 알았다. 이 사건 역시 가해자는 10대 중학생과 20대 초반 남자 대학생이었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의 연령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상담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올 3월 중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10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3.5%였지만, 올 3월 중순~8월 21명(24.1%)으로 늘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은 74건에서 309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 그루밍, 불법 촬영 등의 지원 건수가 더 늘었다고 밝혔다. 시는 비슷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신고상담 창구. [사진 서울시]

서울시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신고상담 창구. [사진 서울시]

서울시, 6일 카카오톡 익명 신고·상담 신설

 
서울시는 제2의 n번방 사건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아동·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카카오톡 익명 신고·상담창구 신설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상담·교육 ▶초‧중학생 대상 예방교육 등 대책을 내놨다. 
 
카카오톡 익명 신고·상담은 서울시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https://www.onseoulsafe.kr)’에서 6일부터 할 수 있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익명으로 전문 상담사와 대화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이나 상담이 필요한 학부모·교사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02-2275-2201)에 문의하면 된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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