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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상품 위로, 경쟁사는 아래? 네이버 검색 수상한 알고리즘

중앙일보 2020.10.06 12:00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안에서 모든 종류의 쇼핑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PC에서 '쇼핑'탭을 누르면 백화점·아울렛·리빙·뷰티 등 다양한 '윈도'가 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안에서 모든 종류의 쇼핑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PC에서 '쇼핑'탭을 누르면 백화점·아울렛·리빙·뷰티 등 다양한 '윈도'가 있다. [네이버 캡처]

직원1 "쇼핑 검색 로직(데이터 배열 논리)을 좀 바꾸려 합니다. 지금은 (페이지당 자사 상품 노출 비중이) 20% 넘지 않게 끊는(cut-off) 로직이 들어가 있는데요.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직원2 "염려되는 부분이 제휴 몰에서 이슈 제기일 텐데, 혹시 (자사 상품 노출 비중을) 5%씩 늘려가면서 반응을 볼 순 없을까요?
 

공정위, 과징금 267억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조사하면서 입수한 직원 내부 이메일(2015년 4월9일) 내용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데이터를 배열하는 규칙)을 마음대로 조정해 자기 회사에 유리한 상품 위주로 인터넷에 노출해 경쟁사 사업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6일 267억원대 과징금을 네이버에 부과했다.
 
소비자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쇼핑에 접속해 상품을 검색하면 검색어에 대한 적합도·인기도 등을 점수화한 값을 기준으로 상품 목록이 뜬다. 이렇게 나열한 300개 상품을 대상으로 또다시 점수를 매겨 인터넷 첫 화면부터 세 번째 화면에 노출되는 상위 120개 상품의 최종 순위를 정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직접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검색 상단에 올라오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상습적으로 조정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경쟁사 상품은 뒷순위로 밀리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개한 네이버 소속 직원의 이메일. 2013년 9월26일에 발송된 이 이메일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tube' 방식 검색 알고리즘 이용하면 (자사 서비스인) 샵N의 노출 비율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개한 네이버 소속 직원의 이메일. 2013년 9월26일에 발송된 이 이메일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tube' 방식 검색 알고리즘 이용하면 (자사 서비스인) 샵N의 노출 비율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사 상품 도배 우려해 또 알고리즘 바꿔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2년 7월 좀 더 노골적으로 검색 페이지당 일정 비율 이상은 자사 상품을 채우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당초 자사 상품 노출 할당 비율은 15%(페이지당 40개 상품 중 6개)였지만, 2012년 12월에는 이 비율을 20%(페이지당 40개 상품 중 8개)로 확대했다. 이런 알고리즘 변경으로 자사 상품이 검색 화면을 '도배'하는 현상이 우려되자, 이번에는 거꾸로 자사 상품 노출 개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또 2015년 6월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 요청으로 네이버페이와 연동한 자사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네이버 쇼핑에서 자사 상품 PC 노출점유율이 2015년 12.7%에서 2018년 26.2%로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불공정 행위 때문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경쟁 사업자의 노출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포인트까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쇼핑 사업자별 PC노출점유율과 시장점유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네이버 쇼핑 사업자별 PC노출점유율과 시장점유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사 동영상에만 가산점 부여"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도 2017년 8월 검색 알고리즘 개편 사실을 아프리카TV·판도라TV 등 경쟁 사업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네이버 TV에는 바뀐 검색 알고리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전 테스트 기회를 줬다. 동영상 검색에 잘 노출될 수 있는 검색어 띄어쓰기, 유의어·외래어 표기 요령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기 회사 임직원에만 교육 자료로 활용했다. 시청자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노출되는 '테마관' 플랫폼에서는 자사 동영상에 직접 가산점을 부여해 노출이 더 잘되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난 1주일 새 네이버 TV 동영상 노출 수는 22% 증가했다. 경쟁사들은 20~60% 사이에서 노출 수가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개한 네이버의 대외비 내부 교육자료.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동영상 부서에만 검색에 유리한 키워드 교육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는 "타사 (동영상) 데이터에는 부족한 키워드가 간접적인 가중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개한 네이버의 대외비 내부 교육자료.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동영상 부서에만 검색에 유리한 키워드 교육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는 "타사 (동영상) 데이터에는 부족한 키워드가 간접적인 가중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 같은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의 사업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 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개편 전·후 각사별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 노출·재생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알고리즘 개편 전·후 각사별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 노출·재생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정위 지적 정면 반박한 네이버, 논리는? 

이에 네이버는 공정위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한 것은 검색 결과를 더 다양하기 위한 목적이지, 자사 상품 검색에 유리하게끔 바꾼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기간에도 보다 다양한 상품을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위해 50여 차례 알고리즘을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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