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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젊은 여성들이 위험하다···코로나 불황에 극단 선택 급증

중앙일보 2020.10.06 05:00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일본에서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상 조짐이 뚜렷하다. 한 해 자살자가 2000명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보건당국이 상담 시스템을 확충하고 한국에도 관련 자문을 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해진 일본 교토 관광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해진 일본 교토 관광지. [로이터=연합뉴스]

 

8월 자살자 수 15.7% 늘어
30대 이하 여성은 74% 급증
"코로나에 여성 비정규직 타격"
한국 정부에 자문 요청도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의 자살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자살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내 자살자 수는 2만169명으로 1978년 통계 집계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지난 6월까지 매달 줄어들다 7월에는 지난해와 수치가 같아졌다. 
 
그러나 8월 들어 자살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1명 증가한 1854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30대 이하 여성 자살자 수의 급증이 영향을 미쳤다. 1854명 중 여성은 65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3% 늘었는데, 30대 이하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율이 74%에 이른다.  
 
이를 놓고 코로나19가 불러온 불황이 취약계층에 상상 이상의 고통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업률과 자살률이 함께 높아졌다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올해 2월만 해도 2.4%로 안정됐던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 8월 3.0%로 오르며 실업자 수가 206만명으로 늘었다. 마에다 마사하루(前田正治)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불황의 타격이 집중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여성 비중이 높은 것도 8월 여성 자살자 급증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도쿄 거리가 긴급사태 선언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도쿄 거리가 긴급사태 선언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1990년대 후반 일본 버블경제가 붕괴할 때 그랬듯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자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기구 일본종합연구소의 마쓰무라 히데키(松村秀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4%까지 오르면 30~60대의 현역 세대를 중심으로 자살자가 연간 2000명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자살 상담 시스템을 강화한다며 최근 2차 보정예산(한국의 추가경정예산)에 8억7000만엔(약 96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도쿄도 에도가와구는 인터넷에 자살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사람이 자동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른바 ‘게이트키퍼’로 불리는 상담원을 더 늘릴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또 비슷한 현상이 먼저 나타난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산케이신문은 “후생성 지정 법인 '목숨 지키는 자살대책추진센터'(JSCP)가 한국의 중앙자살예방센터에 협조를 요청해 여성 자살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1796건이던 여성 자살자 수는 올해 같은 기간 1924건으로 7.1%가 늘었다.  
 
모리야마 카린(森山花鈴) 일본자살예방센터 사무국장은 마이니치신문에 “외출 자제, 재택근무 등으로 대면 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살 충돌을 느끼는 사람들이 상담받는 게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화 연락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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