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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빅리그 100호 골, EPL 득점 선두

중앙일보 2020.10.06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손흥민(가운데)이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오른쪽)를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골을 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가운데)이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오른쪽)를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골을 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퍼 소니’ 토트넘 손흥민(28)이 부상 뒤 깜짝 복귀전에서 맹활약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내 햄스트링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각) 열린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6-1 대승을 이끌었다.

부상 ‘연막 작전’ 추측 속 출전 2골
맨유 원정서 6-1 대승 이끌어
박지성 보며 꿈꿨던 구장서 활약
한 시즌 개인 최다 득점도 기대

 
손흥민은 지난달 27일 뉴캐슬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쳤다. 장기간 결장이 예상됐다. 햄스트링 부상 회복에는 길면 2달이 걸린다. 손흥민은 지난주 두 경기에 빠졌다. “10월 A매치 기간 이후 복귀 전망”이라던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맨유전을 앞두고 “손흥민 출전 가능성은 50대50”이라고 말했다. “모리뉴의 연막작전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손흥민이 진짜로 선발 출전했다.
 
왼쪽 허벅지에 검정 테이핑을 한 손흥민은 일주일 전 다쳤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움직임은 놀라웠고, 마무리는 매서웠다. 1-1로 맞선 전반 7분, 해리 케인이 골문을 향해 전력 질주한 손흥민에게 침투 패스를 찔러줬다. 손흥민은 칩슛으로 맨유 골키퍼 데 헤아를 넘기는 역전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전반 37분 크로스 패스의 방향만 바꾸는 감각적 마무리로 추가골을 넣고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앞서 전반 30분 정확한 패스로 케인의 골을 도왔다. ‘환상 듀오’ 손흥민-케인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6골을 합작했다.
 
 
도움을 올린 해리 케인과 끌어안는 손흥민. [AP=연합뉴스]

도움을 올린 해리 케인과 끌어안는 손흥민. [AP=연합뉴스]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의 기대가 컸지만, 손흥민은 후반 28분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교체아웃됐다. 영국 매체 90min은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인 9점을 주며 ‘유일한 아쉬움은 해트트릭 미완성’이라고 촌평했다. BBC는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로 손흥민을 뽑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이런 빅게임은 뛰고 싶었고 팀을 돕고 싶었다. (부상과 관련해) 관리를 받으며 열심히 훈련했다. 부상 때문에 강한 훈련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 출전은 어제 급하게 결정했다. 손흥민의 정신력과 메디컬 팀의 노력이 합쳐져 이뤄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햄스트링 부상은 부위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그중 근육에 스크래치가 생긴 수준인 1단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손흥민의 초인적 회복력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손흥민이 오리에와 함께 약속했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손흥민이 오리에와 함께 약속했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맨유 홈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역사적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어릴 적 이 경기장을 보며 자랐다. 박지성이 이곳에서 뛰었고, 자연스럽게 맨유의 많은 경기를 시청했다. 이 경기장에서 맨유를 6-1로 꺾다니, 팀도 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성(39)은 2005년부터 7시즌 동안 맨유에서 활약했다. 올드 트래퍼드는 ‘꿈의 극장’으로도 불리는데, 어린 시절 손흥민이 가고 싶었던 ‘드림 클럽’이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다. 201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아들과 ‘언젠가 맨유나 레알 같은 최고 클럽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대화를 나눴다. 흥민이가 아직 애송이지만 꿈은 크게 품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꿈의 극장’에서 ‘드림 클럽’에 악몽을 선사했다. 손흥민은 그간 프리미어리그 ‘빅6’(토트넘 포함 상위 6개 팀) 중 맨유를 상대로만 골이 넣지 못했다. 리버풀, 맨체스터시티, 첼시, 아스널전에서는 모두 득점했다. 손흥민은 11번째 맨유전에서 골을, 그것도 두 골씩이나 터뜨렸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처음으로 전반전에만 4실점 했다. 한 경기 6실점은 구단 역사상 세 번째다. 이적료 8000만 파운드(1180억원)인 맨유 중앙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는 평점 2점의 굴욕을 맛봤다. 맨유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는 졸전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리그 6골의 손흥민은 도미니크 칼버트-르윈(에버턴)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다. 올 시즌 각종 대회를 합치면 벌써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10개, 7골·3도움)다. 지금의 페이스면 한 시즌 리그 최다골(2016~17시즌 14골) 경신은 물론, 득점왕까지 노릴 만하다.
 
손흥민은 이와 함께 유럽 빅리그 통산 100골(299경기)의 대기록도 세웠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20골,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21골,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59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만 뛴 ‘갈색 폭격기’ 차범근(67)의 98골(308경기)도 단숨에 넘어섰다. 빅리그 100골은 한국인 최초다. 이제는 ‘손-차-박’(축구는 손흥민-차범근-박지성 순이라는 의미)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유럽은 앞으로 2주간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간다. 손흥민은 이 기간에 부상을 더욱 추스르고 몸 상태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9, 12일 고양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한다. 손흥민 등 유럽파는 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 문제로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19일 웨스트햄전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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