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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조카, “트럼프에게 병에 걸렸다는 건 약점…인정 안 할 것”

중앙일보 2020.10.05 18: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 사고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질병은 용서할 수 없는 약점”으로 치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질병을 하찮게 여겨야 한다는 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과소평가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55)는 5일(현지시간)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 밖으로 나온 것을 지적하면서 “트럼프는 미국을 끔찍한 곳으로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 앞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 앞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메리는 이어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0만명이 넘는 등 위기 상황에 빠졌지만, 트럼프는 사태의 심각성을 회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그 기저에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메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1905~1999년)는 평소 병에 걸려 ‘아프다’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프다’는 것을 하나의 약점으로 여겼다.
 
일례로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는 부인 메리 앤 매클라우드 트럼프(1912~2000년)가 골다골증 판정을 받자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내비쳤다. 메리는 “할아버지는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할머니를 앞에 두고 ‘모든 것이 훌륭하다’, ‘내 아내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반복해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고 공개했다.
 
또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의 큰아들이자 메리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자 매정하게 내친 이유도 질병을 극도로 혐오하는 태도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지난 7월 발간한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지난 7월 발간한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트위터]

이같은 태도는 트럼프 일가가 노먼 빈센트 필 목사가 주장한 ‘긍정적 사고방식’에 극단적으로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 목사는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을 약속한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주창한 인물이다.
 
메리는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와 트럼프는 필 목사의 ‘긍정적 사고방식’에 집착한 나머지 슬픔과 절망, 육체적 질병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모두 부정했다”며 “트럼프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와 스페인 독감 등 수많은 질병을 앓았다는 사실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렸다”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등 전반적인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코로나19가 자연 소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하는 등 이번 사태를 과소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엔 입원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병원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대선을 30일 남겨두고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병에 대한 트럼프 일가 특유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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