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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남은 달랑 7억 남았다···지자체 재난기금 올 70% 소진

중앙일보 2020.10.05 16:55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수십년간 모아온 재난 관련 기금을 올해에만 70%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10~20% 정도만 썼고, 집행률이 한 자릿수인 곳도 많았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지자체가 재난에 대비해 수십년간 쌓아온 재난 관련 기금의 70%이상을 올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서울시내 한 쪽방촌의 모습. [뉴스1]

지자체가 재난에 대비해 수십년간 쌓아온 재난 관련 기금의 70%이상을 올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서울시내 한 쪽방촌의 모습. [뉴스1]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아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는 재해구호기금의 78.6%(8월 말 기준), 재난관리기금의 72%(7월 말 기준)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1962년과 1997년부터 법정적립액 기준에 따라 모아온 재해구호기금과 재난관리기금은 일종의 ‘재난 비상금’으로 재해구호기금은 주로 자연재해 예방 및 복구에, 재난관리기금은 인재(人災)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재난 복구에 사용한다.
 
두 기금의 최근 5년간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전까지는 재해구호기금의 2.1%와 재난관리기금의 15%(전국 지자체 평균)를 사용한 지난해의 집행률이 가장 높았다. 2016년에는 각각 1%와 10%, 2017년엔 1.2%와 11%, 2018년에는 1.4%와 13%를 사용했다.
전국 지자체 최근 5년간 재난 관련 기금 사용 현황. 자료: 서범수 의원실

전국 지자체 최근 5년간 재난 관련 기금 사용 현황. 자료: 서범수 의원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집행률이 78.6%와 72%로 급증했다. 대전은 전체 재해구호기금의 98.5%를, 전남은 98%를 썼는데, 이에 따라 대전의 잔액은 약 396억원에서 62억원으로, 전남은 약 261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 줄었다. 재난관리기금 집행률이 가장 높은 인천은 총액의 94%를 사용해 약 867억원이 남았다. 지난해까지 재해구호기금과 재난관리기금 집행률이 각각 1.9%와 14%에 그쳤던 서울은 올해 이미 89.8%, 71%를 썼다.
 
서범수 의원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실제 사용 용도를 살펴보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의원실 측은 재난기금 중 상당액을 5만~10만원씩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으로 나눠 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등에 재난관리기금 의무예치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말까지 각 지자체가 쓴 재난지원금은 약 6조 71억원으로, 경기도가 2조 63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약 1조 2069억원, 부산과 강원이 약 3749억원과 3011억원을 썼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자료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의원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자료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의원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재난 기금 사용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고 사용 요건도 완화해 지자체가 경쟁하듯 돈을 쓰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는데 거기에 5~10만원을 더 주려고 수십 년을 쌓아온 재난 기금을 쓰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나빠 적립액은 더 줄어들 텐데, 앞으로 자연재해나 코로나19 2차 유행을 버텨낼지 모르겠다”며 “큰 재난 때 쓸 돈이 거의 바닥 나 또다시 국민 혈세를 더 걷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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