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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0만 몰렸는데 SNS엔 흔적 없다…코로나발 '비밀여행'

중앙일보 2020.10.05 06:00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이 줄을 서 있다. [독자 제공]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이 줄을 서 있다. [독자 제공]

#1.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추석 연휴 3박 4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회사는 물론 가족에게도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여행 사진은 SNS에서도 '비공개'로 감췄다. 김씨는 “코로나 19로 이번 추석 때 친척들끼리 모이지 않기로 했다. 나만 즐기는 것처림 비치기 싫어 조용히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2. 대기업에서 일하는 최모(29)씨도 이번 명절 때 친구 2명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최씨는 “연휴가 긴데 코로나 19 때문에 딱히 할 일도 없어 제주도에 다녀왔다”며 “알려지면 욕을 먹을 게 뻔하기 때문에 회사 동료에게는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를 쓰면 여행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눈치 보이는데 명절엔 모두가 쉬니까 마음 편히 놀다 왔다”고 덧붙였다.
 

눈치 보며 추석 즐긴 '비밀여행족'

4일 오후 인스타그램에서 '제주여행중' 해시태그로 검색한 결과물.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게시물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4일 오후 인스타그램에서 '제주여행중' 해시태그로 검색한 결과물.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게시물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가족·회사에도 알리지 않고 추석 연휴에 여행을 다녀온 ‘비밀여행족’이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추석 연휴 이동을 자제한 분위기였지만 여행족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김씨는 “여행 사실을 알게 되면 걱정할 부모님과 나쁘게 생각할지 모를 회사 상사가 상당히 신경 쓰인다”며 “비밀스럽게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연휴 기간 제주도뿐 아니라 강릉 등 국내 주요 관광지도 ‘비밀여행족’으로 붐볐다. 강원도의 추석 연휴 호텔 예약률은 90%를 넘겼다. 강원 강릉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민모(33)씨는 “바다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왔는데, 호텔 예약하기가 어려웠을 정도”라며 “추석 당일에 양가 인사를 하고, 출근 전 집에서 쉰다고 하고 여행 다녀왔다”고 말했다.
 
제주관광협회는 항공기 탑승률 등을 기준으로 추석 연휴인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주도 방문 인원을 23만여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추석 당일인 1일까지 실제 제주에 입도한 인원은 20만 2000명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23만 6000명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명절 기간과 비교해 비슷한 인원이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를 찾았다. 하지만 SNS엔 관련 게시물이 현저히 적었다. 올해 9월 30일~10월 4일 5일간 SNS 인스타그램에 ‘제주여행1일차’란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은 4일 오후 기준으로 21개다. 이 중 4개는 제주 소재 카페의 광고성 게시물이었다. 반면 지난해 9월 11~15일 추석 연휴 기간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작성한 게시물은 49개에 달했다. 올해와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에 ‘제주여행중’이라는 해시태그로는 올해 같은 기간 6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해에는 18개로 3배였다. 제주 방문 인원은 비슷하지만, SNS에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사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이 추캉스(추석과 바캉스를 합친 말)를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이 추캉스(추석과 바캉스를 합친 말)를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연휴 뒤 '조용한 전파' 우려"

회사를 비롯해 주변에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는 비밀여행족 특성상 연휴가 끝난 뒤 코로나 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중엔 근무하면서 외출을 자제했겠지만, 명절 연휴 긴장이 풀린 사례가 늘면서 조용한 전파의 씨앗을 잉태했다”며 “연휴가 끝나면서 잠복기가 지난 뒤 세 자릿수 확진자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4일 0시 기준 64명을 기록했다. 전날엔 75명이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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