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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모기에 5000번 물린다, 뎅기열 제물로 팔 내놓은 남자

중앙일보 2020.10.05 05:00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뎅기열을 퇴치하기 위해 수 천번씩 모기에 물리는 호주인 과학자가 있다. 실험용 모기에게 자신의 피를 빨라고 기꺼이(?) 팔을 내준 것이다. 뎅기열 종식을 목표로 오늘도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페란 로스 박사의 사연을 더 선(SUN) 등이 최근 보도했다.
 

지구 온난화로 모기 늘며 뎅기열 극성
"뎅기열 퇴치 위해 감수할 가치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대에서 해충·익충 등을 연구하는 페란 로스 박사는 뎅기열의 종식을 꿈꾸며 모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하루 최대 5000번도 모기에 물려가며 뎅기열 퇴치에 매진하고 있는 호주 과학자가 트위터에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하루 최대 5000번도 모기에 물려가며 뎅기열 퇴치에 매진하고 있는 호주 과학자가 트위터에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체로 감염되는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3억9000만명이 뎅기열에 감염되고 이 중 50만명은 중증으로 악화된다. 
 
뎅기열 환자는 지난 20년간 15배나 증가했다. 지구 온난화로 모기가 번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다. 뎅기열은 고열과 몸 떨림,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은 페란 로스 박사가 올린 모기가 피를 빠는 장면을 빠른 배속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캡처. [트위터]

사진은 페란 로스 박사가 올린 모기가 피를 빠는 장면을 빠른 배속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캡처. [트위터]

페란 로스 박사는 수년 전부터 뎅기열 종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모기를 숙주로 삼는 '볼바키아'라는 박테리아가 쓰인다.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암컷이 낳은 알은 죽게 되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런 특성 덕에 볼바키아는 모기의 발생을 제어하고 뎅기열·지카 바이러스 같은 모기가 옮길 수 있는 병원체까지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페란 로스 박사는 모기 연구를 통해 뎅기열 종식을 꿈꾸고 있다. [멜버른대 홈페이지]

페란 로스 박사는 모기 연구를 통해 뎅기열 종식을 꿈꾸고 있다. [멜버른대 홈페이지]

문제는 볼바키아의 효과를 연구하려면 대량의 모기 사육이 필요하고, 모기를 위한 먹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자인 페란 로스는 모기의 제물로 자신을 선택했다.
 
그의 트위터에는 대량의 모기가 팔 위에 붙어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는 "심한 날은 하루에 5000곳 물린 적도 있다"면서 "그날 하루 동안 16mL의 혈액이 모기에게 빨렸다"고 설명했다. 물린 곳은 엄청나게 가렵지만 긁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견뎠다고 한다. 
 
2012년 연구실에서 처음 모기에 물리기 시작했을 때, 초기에는 가려움증이 매우 심각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페란 로스는 "어느 샌가 모기에 물리는 일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팔을 모기에게 내준 페란 로스 박사. [트위터]

자신의 팔을 모기에게 내준 페란 로스 박사. [트위터]

호주에서 2011년 시작된 볼바키아 바이러스 프로젝트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 노스 퀸즐랜드에서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뎅기열 감염이 제로가 됐다.
 
하루 최대 5000번도 모기에 물려가며 뎅기열 퇴치에 매진하고 있는 호주 과학자 페란 로스 박사가 트위터에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날 하루 5000여곳을 물렸으며 16mL의 피가 모기 먹이가 됐다고 적었다. [트위터]

하루 최대 5000번도 모기에 물려가며 뎅기열 퇴치에 매진하고 있는 호주 과학자 페란 로스 박사가 트위터에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날 하루 5000여곳을 물렸으며 16mL의 피가 모기 먹이가 됐다고 적었다. [트위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뎅기열 감염을 40~60%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페란 로스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많은 이들의 협력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모기에 물리는 것은 고생스럽지만, 뎅기열을 퇴치할 수 있다면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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