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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판정받은 의료진 83명, 그럼에도 38명은 진료 계속했다

중앙일보 2020.10.05 05:00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게티이미지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게티이미지

 치매·중풍 등으로 활동에 제한을 받아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의사·약사가 8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치매 등급을 받고 진료와 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혜영 의원실 국감자료
치매·중풍 등 장기요양등급 받고 활동하는 의사·약사 83명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활동 의료인력' 자료를 분석해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질환 환자가 장기요양보험 수발·인지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이 필요하다. 심신 기능상태에 따라 1~4등급을 받고, 경증 치매 환자는 5~6등급을 받는다. 건보공단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심신 기능 상태를 측정해 판정한다.
 
 최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83명은 약사가 37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의사 29명, 한의사 13명, 치과의사 3명, 간호사 1명이다. 최중증 1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 의사 5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3명이다. 1등급은 외상(臥牀) 환자가 대부분이며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2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말하는데, 의사 3명, 한의사 1명, 약사 4명이 여기에 속한다.
 
장기요양5,6등급은경증치매 환자에게 주어지는데, 의사 4명, 치과의사·한의사 각각 1명, 약사 3명이 이 등급을 받았다.
 
 최 의원실은 83명이 진료나 조제를 어느 정도 했는지 건보공단 자료만으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진료비·조제료를 건보공단에 청구할 때 의사·약사를 명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 이름으로 뭉뚱그려서 청구한다. 
 
 최 의원실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동일한 종류의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나 약사가 1명인 기관을 뽑았다. 한 명밖에 없다면 진료나 조제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랬더니 38명이 여기에 들었다. 물론 나머지 45명이 진료나 조제를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확인할 수 없을 뿐이다. 
 
 의사·약사가 1명뿐인 38개 기관 중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후 진료비나 조제료를 건보공단에 청구한 13곳이었다. 한 약사는 지난해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은 후 올 6월까지 3억7016만9760원의 조제료를 청구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이 약사가 어떤 질환으로 장기요양 2등급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치매 등급인 5등급 판정을 받은 다른 약사는 지난해 3월부터 올 6월까지 4억3527만원의 조제료를 청구했다. 한 한의사는 5등급 판정 후 2548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다.
 
 최 의원실 측은 "현행 의료법·건강보험법 등에는 치매 등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의사·약사의 활동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약사 자격정지는 의료법·약사법에 따라 시행하고 있으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의료인·약사가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이 있다고 해서 진료나 조제를 아예 못하는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별 상황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은 "의료인과 약사의 업무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데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치매가 있다고 판정받은의료인력(약사 포함)에 업무를 맡기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일정 기준 이상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의료인력은 자격을 정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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