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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산성'에 둘로 쪼개진 광장…한글날 집회신고 벌써 50건

중앙일보 2020.10.05 05:00
집회 참가자로 가득 메운 8·15 광화문 광장. VS. 경찰 버스가 점령한 10·3 광화문 광장.
 
다가올 10·9 한글날 집회는 어디에 가까울까.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 집회는 경찰의 원천 봉쇄로 대규모 인원 집결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가 9일 한글날에 다시 도심 집회 개최를 예고하면서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가까스로 틀어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재확산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이 경계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이 경계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12개 단체, 50건에 달한다. 경찰은 10인 이상 모이는 집회에 대해 코로나 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한 만큼 보수단체가 신고한 대로 집회를 강행할 방법은 없다. 다만 법원에 집회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인용할 경우 예외적으로 집회를 열 수 있다. 앞서 일부 보수단체가 광복절·개천절 집회를 열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일부 인용됐다. 경찰이 한글날 집회를 불허한 만큼 다시 같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재인산성’ 논란 경찰차벽 재연될까

정치권에서는 경찰차벽으로 둘러싸인 개천절 광화문 광장을 두고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를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컨테이너를 2단으로 쌓아놓은 ‘명박산성’과 다를 바 없는 ‘재인산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지 않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는데도 경찰이 대규모 버스를 동원했다.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예방 차원에서 경찰차벽을 놓았다고 하지만 공포 분위기만 조성했을 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크게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공권력을 타파 대상으로 보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정권을 잡고 나니 ‘공권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코로나 국면이라는 뉴노멀 시대에 경찰은 경찰차벽을 동원해 무작정 집회를 막는 80년대식 발상을 해선 안 된다. ‘500㎡에서 집회 인원은 30명만 가능하다’는 식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상황에선 감염병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불법 집회 참여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집시법은 불법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참여자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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