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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은 삼성, 신동빈은 LG…다른 회사 배우기 나선 CEO들

중앙일보 2020.10.05 05:00
신동빈 롯데 회장의 6월 모습. 오른쪽은 추천 책의 표지. 중앙포토

신동빈 롯데 회장의 6월 모습. 오른쪽은 추천 책의 표지. 중앙포토

롯데그룹 계열사 임원 A씨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책 『그로잉 업』(홍성태)을 읽었다. 지난달 말 신동빈 회장이 추석 연휴에 독서용으로 임원들에게 추천한 책이다. A씨는 “그 책을 회장님이 추천하셨다는 기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사내에서 듣고 한번 읽어봤다”며 “당장 업무에 써먹을만한 내용이 있지 않더라도, 독서 자체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기업딥톡37]CEO 추천 책과 영화②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을 재건하고 성장시킨 전략을 담았다. 차 부회장이 직접 밝힌 경영철학과, 임직원의 목소리를 담아 저성장 시대를 이기는 전략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경영계 일각에선 “신 회장이 다른 그룹의 성공사례를 직접 꼽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 부회장 사례처럼 최고경영자(CEO)급 스카우트를 신 회장이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롯데 안팎의 해석도 있다.
 
다른 회사의 사례를 배우자는 뜻으로 책을 추천한 CEO는 또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7일 본인 인스타그램에 “추석 연휴 때 읽을 도서 구입”이라며 책 3권 사진을 올렸다. 직원들은 사실상 추천 도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그의 추천 책.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그의 추천 책. 인스타그램 캡처

추천 책 중 하나가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인데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반도체 산업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33년간의 경험이 담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 스스로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어서 임직원도 그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CEO로서 다른 일류 기업 사례를 공부하려는 뜻으로 이해되고, 직원들에게도 권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이해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몽규 HDC 회장은 지난 여름 휴가철 추천 도서로 4권을 추천했다. 그 중 다른 기업 사례가 담긴 책은 『디즈니만이 하는 것』(로버트 아이거)이다.
 
이 책엔 디즈니가 왜 픽사ㆍ마블ㆍ루카스필름ㆍ21세기폭스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했는지 그 속사정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경영계에선 “아시아나 인수가 틀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7월 아마존의 경영 전략을 소개한 책『포에버 데이 원(FOREVER DAY 1)』에 추천사를 썼다. 이 역시 임직원들에겐 CEO의 추천 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추천 책 표지. 사진 SOVAC 사무국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추천 책 표지. 사진 SOVAC 사무국

정 부회장은 추천사에서 “모든 일이 고객에게서 시작돼 고객으로 끝나는 회사. 설렘과 생동감이 충만한 조직. 아마존의 이러한 조직문화는 오늘날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흔들리지 않고 지켜내야 할 경영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썼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석부회장 본인이 실제 관심 많은 기업 이야기에 대한 추천사를 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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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 모범 사례에 대한 책을 추천하는 CEO의 메시지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업종이 다른 회사라고 해도 모범 사례를 연구하다보면 기본기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배울 게 분명히 있다”며 “기업의 기본 소양을 재확인하고 이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타사 사례를 담은 책을 추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남수 세종사이버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다른 업종의 성공사례를 계속 공부하며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그런 책을 사내에 추천했다는 건 같은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메시지”라며 “기획실ㆍ미래전략실 등 특정 부서만을 싱크탱크로 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듣고 싶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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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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