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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안영삼 『넌 아직 서울이니?』

중앙일보 2020.10.05 00:13 종합 31면 지면보기
넌 아직 서울이니?

넌 아직 서울이니?

재미난 점이 있다. 게으름도 끝내는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온종일 뒹굴뒹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뒹굴뒹굴’이 힘들다. 더 만족할 만한 게으름으로는 죽음밖에 남는 것이 없어지면 ‘뒹굴뒹굴’은 노동이 된다. 노동이 되면 그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지긋지긋해진 일(휴식)에서 탈출해 밭에 가서 풀 베며, 나무 가지치기하며 쉬고 싶다. 거름 냄새를 맡으며 나무를 심고 작물을 키우며 진정한 휴식(?)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뭘 자꾸 조몰락거리게 된다. 무언가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게을러서 생긴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 게으름이 극에 달하면 묘하게도 창조와 낭만을 찾게 되고, 창조와 낭만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안영삼 『넌 아직 서울이니?』
 
 
게으름 찬가다. 긴 연휴 끝, 쉬는 것도 지친다고 느꼈다면 공감할 글이기도 하다.
 
책은 귀농일기다. ‘게으른 천성의 철부지’라 경쟁적인 서울 생활이 힘들었다는 저자는 여자친구와 전남 구례에 살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빵점은 아니다”는 뜻으로 책을 썼다. “구례에는 우리와 같은 쌍들이 제법 있다. … 우린 서로 왜 이런 삶의 형태를 가졌는지 묻지 않는다. 가끔 이런 걸 집요하게 묻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알지 못하는 풀은 다 잡초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잡초임을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그에게 귀농은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 “시골에서의 하루하루는 더더욱 나 자신을 위한 날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 되기에 도시보다 시골이 적합하다는 얘기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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