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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회 막기 위한 도심 통행 차단은 과잉 대응이다

중앙일보 2020.10.05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울 도심인 광화문 일대는 그제 일반 시민이 갈 수 없는 금단(禁斷)의 땅이 됐다. 경찰은 1만 명 이상의 인력과 차량 수백 대를 동원해 도로와 인도를 막았다. 골목 입구에도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제한했다. 지하철은 광화문과 서울시청 주변의 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불법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일들이었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에 차량 불심검문도
방역 명분의 과도한 기본권 제한은 위험

차량 불심검문도 실시됐다. 경찰관들이 도심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을 줄지어 세워 놓고 내부를 확인했다. 태극기·플래카드 등 시위 용품이 실린 차의 광화문 일대 진입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무차별적 차량 검문은 민주화 시위가 활발히 벌어졌던 1980년대에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박정희·전두환 정부도 불법 집회나 시위가 벌어질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서울 도심에서 시민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런 극단적 대응은 계엄 상황에서만 목격됐던 일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비상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으며, 시민들이 불법적으로 도심에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정부 비판 집회가 벌어진 뒤 코로나19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는 게 도심 소개(疏開)의 명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온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 한 장소에 다수가 모여 소리치고 노래 부르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따라서 집회 참여를 자제하는 게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이웃을 배려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의 이동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통행의 자유, 이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자유민주사회에서는 쉽게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사생활 노출, 이동 제한 등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는 방법들도 수긍하며 따른 국민 덕에 이뤄졌다. 이를 통해 감염병 피해는 줄였지만 그만큼 시민의 자유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서구 국가들이 이런 방법을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기본권과의 균형 때문에 알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새겨야 한다.
 
시중에 ‘재인장성’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제 광화문 일대를 둘러싼 차 벽을 일컫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경찰이 집회 차단을 위해 버스로 광화문 지역을 에워싸자 “정부의 반헌법적 차 벽에 민주주의가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은 집회·시위 권리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부르짖었던 이들이다. 그런데 차량 불심검문이라는 구시대 유물이 다시 등장했다. 이러니 “한국의 진보 통치자들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한다”는 지적(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을 받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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