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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코로나 이겨낸 기업엔 이 전략 있었다

중앙일보 2020.10.05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아워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구내식당 테이크아웃 브랜드인 ‘인더박스’의 메뉴 및 서비스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구내식당 방문을 꺼리는 고객을 겨냥해 선보인 도시락인데, 최근 수요가 늘면서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자체 배달 서비스인 ‘파바 딜리버리’를 도입하고, 파스타·리조또 등 가정간편식(HMR)과 샐러드, 샌드위치 같은 식사용 제품 라인업을 더 강화했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서비스·제품은 코로나19로 변화한 시장에 맞춰 진화하는 중이다.
 

언택트 시대 4대 혁신 전략
사람 대신 AI·로봇으로 디지털화
온라인 진출로 유통 채널 다양화
소량·맞춤형으로 타깃 고객 변화
위생·방역으로 사업 전환 가속화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국내외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생존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과 KT경제경영연구소의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현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크게 기업의 네 가지 생존전략이 눈에 띈다.  
 
미국 통신사 콕스는 태블릿으로 장비설치를 돕는 원격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각 사]

미국 통신사 콕스는 태블릿으로 장비설치를 돕는 원격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각 사]

첫째 전략은 디지털 혁신이다. 사람이 직접 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언택트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신회사 콕스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 원격지원 서비스를 내놓았다. 특정 링크를 클릭한 뒤 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비추면 기술자가 화면에 원이나 화살표를 그려가면서 기기설치나 수리를 도와준다. 헬프라이트닝이 개발한 이 기술을 적용한 기업은 코로나 이후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국 MGM 리조트는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룸키 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늘렸다. [사진 각 사]

미국 MGM 리조트는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룸키 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늘렸다. [사진 각 사]

미국의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사람 대신 로봇으로 육류 손질을 대체할 계획이며, 네덜란드의 식품유통 업체 코닌클리예크 아홀트 델하이즈는 주문 처리와 매장 청소를 도울 로봇을 개발 중이다. BMW·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미국의 MGM 리조트는 디지털 룸키와 자동 응대 인공지능(AI)을 선보였다.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AI,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생산공정 자동화 등에 투자를 늘리는 곳도 많다. JP모건이 글로벌 기업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가장 많은 36.2%가 코로나 이후 정보기술(IT) 투자를 계획보다 늘리겠다고 답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IT 투자를 늘리는 곳이 많다”며 “소비자 수요가 탄탄하고 디지털 전환이 지연됐던 산업·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인타임 백화점이 라이브 방송으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모습. [사진 각 사]

중국 인타임 백화점이 라이브 방송으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모습. [사진 각 사]

둘째, 유통 채널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월트디즈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에서 ‘뮬란’ 등을 개봉하며 감소한 영화관 매출을 보전하고 있다. 점포 65개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인타임백화점은 ‘라이브커머스’로 눈을 돌렸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자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백화점 방문자는 전년 대비 70%에 머물렀지만,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매출이 방문자 감소를 상쇄한 덕에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들도 일제히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의류·화장품·생활용품·식품은 물론 콧대 높은 명품까지 거래되는 등 상품의 제약도 없어지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매장 수를 줄이고 픽업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 각 사]

미국 스타벅스는 매장 수를 줄이고 픽업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 각 사]

셋째, 타깃 고객층을 바꿔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고객들이 앉아서 휴식하거나 대화할 수 있는 전통 매장 수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픽업 전용 매장을 늘린다.  
 
보석판독기 대신 살균기로 발빠른 변신, 매출 10배 급증 
 
대형 오피스 용품 회사인 WB메이슨은 사무실 폐쇄 및 원격근무 등으로 매출이 80% 이상 감소하자 D2C(소비자 직거래)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가정에서 사무·청소용품 등의 주문이 늘고, 마스크·아크릴 가림막 등 방역 관련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미국의 달타냥은 개인 고객 대상 식료품점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레스토랑용 정육을 가정용 소포장으로 바꾸고, 가정 수요가 많은 가공육의 판매를 늘리는 식이다.
 
양명자 KT경제경영연구소 전문위원은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의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며 “사업 아이템이 구체적으로 변하고, 현장 적용이 빨라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넷째,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춰 발 빠르게 사업전환을 하거나, 본업을 살릴 수 있는 신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에덴파크 일루미네이션은 자외선(UV) 다이아몬드 판독기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보건·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UV 살균 장비로 본업을 바꿨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늘었다. 회사 포상물품 제작업체는 학교에 못 가는 어린이를 위한 공예 물품 제작업체로, 침수주택 수리전문업체는 소독업체로 사업을 바꿨다.
 
한국에서도 오프라인 모임 신청 스타트업 이벤터스는 코로나19 직후 매출이 끊겼지만, 자체 개발을 통해 웨비나(온라인 세미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도 국내 여행과 온라인 체험 상품을 발 빠르게 내놨고, 지난 7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전미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충격은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킨다”며 “달라진 소비자 니즈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생존한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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