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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접는 전자랜드, 유도훈 “그래도 최선”

중앙일보 2020.10.05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사진 전자랜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사진 전자랜드]

“(선수단이 각자) 본분을 다하고, 코트에선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프로농구 새 시즌 9일 개막
모기업 “코로나 시대 불확실성 탓”
유 “간절하게 뛰면 좋은 일 생길 것”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53·사진) 감독을 최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났다. 새 시즌 각오가 비장하다. 9일 개막하는 2020~21시즌은 전자랜드 선수단이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시즌이다. 전자랜드는 8월 농구단을 올 시즌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랜드는 2003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들었다. 전국에 매장 120여 곳을 둔 전자랜드는 대기업이 아닌데도 농구단을 운영했다. ‘농구 매니어’ 홍봉철(65) 회장이 17년간 매년 60억원 이상 투자했다. 그런 농구단을 접는 건 코로나19 탓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모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5% 포인트 늘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홍보보다 경영에 투자하고 대비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가 여러 상황에서도 17년간 농구단을 운영해줘 고맙다. 우승을 못 해 아쉽고,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전자랜드 사령탑에 올랐고, 10시즌 중 9시즌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2018~1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아쉽게 준우승했다. 몇 차례 다른 팀이 영입을 시도했지만, 팀에 남았다. 5월에는 2년 재계약했다.
 
농구단 포기 소식을 선수단에 전한 건 유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슬픈 일이 올 수 있다. 당장 팀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반전을 일으키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 시기에 농구인으로서 올바른 길을 가야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도훈(가운데) 전자랜드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KBL]

유도훈(가운데) 전자랜드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KBL]

 
올 시즌 전자랜드는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된다. 강상재가 입대했고, 자유계약선수(FA) 김지완이 팀을 떠났다. 전력 보강도 없다. 유 감독은 “주장 정영삼이 부상 없이 잘해줘야 하고, 이대헌과 김낙현이 스스로 해결하며 좀 더 성장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빅맨’ 헨리 심스와 에릭 탐슨이 컨디션과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전자랜드는 특급선수 영입 없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를 선보였다. 마스크 제작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했다. 전자랜드를 응원하는 팬이 많아 구단별 관중 동원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이다. 유 감독은 “전력이 좋든 나쁘든, 올해도 우리는 ‘전자랜드 맨’이고, 전자랜드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걸 되게 만들고 싶다. 매 경기 도전적이고 전투적으로 간절함을 갖고 뛰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분위기가 생길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 전자랜드 농구단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 그래도 2021~22시즌에는 농구단 인수에 투자하는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전자랜드 사무국과 프로농구연맹(KBL)이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농구단 매각을 시도하는 중이다. 프로농구는 출범 원년인 1997시즌 8개 팀 체제로 운영됐고, 그다음 시즌부터 계속 10개 팀 체제다.
 
유 감독은 “만에 하나 전자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경우, 그곳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다. 우리 팀이 몇 년 뒤 어떤 팀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다음으로 이어가고 싶다. 10개 구단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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