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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처럼 했다면…아쉬웠던 류현진·김광현 가을야구

중앙일보 2020.10.05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020년의 메이저리그(MLB) 여정을 마쳤다. 둘은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한 뒤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와일드카드전으로 2020시즌 끝
류, 젊은팀의 에이스·리더로 활약
김, 마무리서 선발로 신인상 후보

다사다난했던 2020시즌을 마친 류현진과 김광현(아래 사진). 나란히 새 팀에서 출발한 이들은 우려를 씻고 실력을 증명했다. [AFP=연합뉴스]

다사다난했던 2020시즌을 마친 류현진과 김광현(아래 사진). 나란히 새 팀에서 출발한 이들은 우려를 씻고 실력을 증명했다. [AFP=연합뉴스]

류현진은 추석날인 1일(한국시각) 탬파베이 레이스와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1과 3분의 2이닝, 8피안타(2피홈런) 7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했다. 1패를 안고 있던 토론토는 2차전도 2-8로 졌다. 4년 만의 가을 야구를 조기 마감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구속이 평소보다 조금 덜 나왔지만, 그보다는 실투가 문제였다. 내가 장타를 막지 못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됐다”고 자책했다.
 
정규 시즌에는 영웅이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35억원)에 계약했다. 2013년부터 몸담은 LA 다저스를 떠나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그런데 이적 첫 시즌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7월까지 밀렸다. 캐나다 정부 방침에 따라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를 쓰지 못했다. 토론토는 젊은 선수가 많고, 투타 전력이 약한 팀이다. 에이스의 어깨는 유난히 무거웠다. 마운드에선 타선과 수비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라커룸에선 후배들의 멘토 역할까지 해야 했다.
 
다 이겨냈다. 개막 첫 두 경기에서는 고전했지만, 이후 10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던졌다. 특히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달 25일 뉴욕 양키스전에선 7이닝 무실점 호투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를 오래 괴롭힌 천적 양키스 징크스를 털어냈고,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평균자책점은 2.69로 AL 4위. 류현진은 5승(2패)을 올렸지만, 토론토는 그가 나선 12경기에서 9승 3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홈구장에 설 수 없는 상황도 잘 견뎌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로 한 시즌을 잘 보낸 것 같다. 내년에도 항상 이기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무너진 게 유일한 오점이다. 캐나다 매체 TSN은 “다른 팀 상황과 투수들을 보면, 류현진을 토론토의 진정한 에이스라고 부르긴 어렵다. 토론토엔 류현진을 앞설 수 있는 다른 투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다른 얘기를 했다. 이 매체는 토론토의 2020시즌을 결산하면서 “마지막은 허무했지만, 포스트시즌 한 경기로 올해 류현진의 활약을 평가절하하긴 어렵다. 류현진은 많은 나이, 내구성, AL 적응 등 여러 물음표를 스스로 떼어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이미 한국에 왔다. 2일 귀국해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앞서 8월 귀국한 아내와 딸을 곧 만날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0시즌을 마친 류현진(위 사진)과 김광현. 나란히 새 팀에서 출발한 이들은 우려를 씻고 실력을 증명했다. [AFP=연합뉴스]

다사다난했던 2020시즌을 마친 류현진(위 사진)과 김광현. 나란히 새 팀에서 출발한 이들은 우려를 씻고 실력을 증명했다. [AFP=연합뉴스]

김광현도 짧은 가을 야구에 아쉬운 마침표를 찍었다. 세인트루이스는 3일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0-4로 졌다. 김광현은 1일 1차전 선발 투수로 깜짝 등판했다. 3과 3분의 2이닝, 5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5회는 채우지 못했어도 팀의 리드는 지켰다. 경기 뒤 “다음 기회가 온다면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팀이 2, 3차전에서 내리 졌다. 1승2패로 탈락해 더는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광현에게는 가시밭길 같은 MLB 데뷔 시즌이었다. 프로 14년 만에 빅리거 꿈을 이뤘지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시범경기에서 호투하고도 이름값에 밀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선발 전환을 앞둔 시점에 팀 내 확진자가 속출해 한동안 자가격리를 했다. 선발로 한창 잘 던지던 중엔 급성 신장 경색이 찾아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김광현은 그렇게나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NL 최우수 신인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MLB 첫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건 물론이고, 첫 경기 선발 투수의 중책까지 맡았다. 주변의 우려를 잠재웠고, 가능성을 증명한 첫해였다. 김광현도 곧 금의환향해 가족을 만난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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