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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바꼈다’의 정체

중앙일보 2020.10.05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코로나19로 추석 풍경도 달라졌다. 영상통화로 차례를 지내고 고속도로도 덜 막혔다. ‘불효자는 옵니다’란 현수막까지 내걸며 비대면을 권하면서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이 여러모로 바꼈구나” “모든 것이 급속히 비대면으로 바껴 가는구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감염병으로 삶의 모습은 변화될 수 있을지언정 ‘바뀌다’란 동사를 더는 줄일 수 없다. ‘바뀌다’는 ‘바꾸이다’의 준말로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바꼈구나’는 ‘바뀌었구나’로, ‘바껴 가는구나’는 ‘바뀌어 가는구나’로 고쳐야 바르다. 바뀌다는 ‘바뀌고, 바뀌어, 바뀌지, 바뀌었다’ 등처럼 활용된다. ‘바뀌어’를 ‘바껴’ 형태로 사용하면 안 된다.
 
왜 그럴까? 얼핏 ‘바뀌+어→바껴’ ‘바뀌+었다→바꼈다’로 줄어들 것 같지만 규정에 어긋난다. 모음끼리 어울려 ‘ㅕ’로 바뀌는 것은 ‘ㅣ’ 뒤에 ‘-어’가 결합할 때다. ‘견디어→견뎌’ ‘다니어→다녀’ ‘막히어→막혀’와 같은 경우다.
 
한글맞춤법엔 여러 가지 준말 규정이 있으나 모음 ‘ㅟ’ 다음에 ‘ㅓ’가 올 때 줄이는 방식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다. 이를 표기할 수 있는 모음이 없기 때문이다. ‘바뀌다’의 어간에 ‘-어/-었다’가 결합하면 ‘바뀌어/바뀌었다’로 활용되지만 이의 준말 형태는 없다.
 
비슷한 예로 ‘사귀다’ ‘할퀴다’ ‘뀌다’도 ‘사겨/사겼다’ ‘할켜/할켰다’ ‘껴/꼈다’로 잘못 줄이는 경우가 많다. ‘사귀어/사귀었다’ ‘할퀴어/할퀴었다’ ‘뀌어/뀌었다’로 활용된다. 여기서 더는 줄일 수 없다. 표기할 글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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