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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재택근무 하는데 뭘 사…패션계, 계절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2020.10.05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박모(32)씨는 올해 가을 외투 쇼핑을 포기했다. 그는 “화상회의 때 무난하게 입을 니트와 티셔츠·카디건 정도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년엔) 가을이 오면 유행하는 디자인·소재·컬러 별로 입는 재미가 있었는데 올해는 여름에 산 원피스도 아직 입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편한 옷, 시즌리스 새 트렌드 확산
‘10개월 입는’ 신세계 텐먼스 대박
구찌, 시즌별 신제품 발표도 없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패션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계절을 고려하지 않는 ‘시즌리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계절 변화나 유행에 둔감한 ‘집콕족’ 등이 늘고 있어서다. 기후 변화로 사계절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것도 시즌리스 패션을 부추기고 있다.
 
한섬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월 온라인 전용으로 ‘텐먼스’(10MONTH)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1년 중 10개월간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컨셉트다. 지난달까지 매출은 목표의 세 배를 넘겼다. 최근에는 신발 제작에도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은 올해 가을·겨울용으로 시즌리스 상품을 선보였다. 타임·더캐시미어·톰그레이하운드 등의 브랜드에서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라운지 웨어’의 지난 7~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
 
텐먼스

텐먼스

시즌리스는 국내 패션업계만의 관심이 아니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기존의 신제품 발표 관행을 버리고 시즌리스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지난 5월 선언했다. 구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인스타그램에서 “이 위기(코로나19)는 우리 모두를 본질적 시험 앞에 서게 했다”며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패션업계를 이끌어온 축은 패스트패션(SPA)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이지만 한 계절만 입었다가 버리는 쓰레기를 대량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받았다. 자라·H&M 등 SPA 브랜드는 2주마다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유행 주기가 짧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3년 전부터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게 시즌리스가 확산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MZ세대는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의 가치를 옹호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한 계절 유행이 지나 버리기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의류·신발·액세서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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