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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넣고 1주 받더라도…공모주 ‘빚투’ 몰려드는 2030

중앙일보 2020.10.05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상장 셋째 날인 지난달 14일 시황 모니터에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에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상장 셋째 날인 지난달 14일 시황 모니터에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에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직장인 A씨(30)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 3000만원을 맡기고 3주를 배정받았다. 이 회사 주식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뒤 A씨는 주당 20만원에 팔았다. 공모가(4만9000원)를 고려하면 45만원 정도 벌었다. 그는 “만일 은행에서 연 5%짜리 특판 적금에 가입했다면 매달 30만원씩 1년을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8만원(세금 공제 후)”이라고 말했다. A씨가 은행 적금 대신 공모주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다.
 

‘젊은 개미투자자’ 열풍 왜

마이너스 통장 사흘치 이자 내면
공모주로 5% 특판적금 5배 수익

‘무조건 남는 장사’ 아닌데도 투자
상장 뒤 주가 떨어진 종목도 속출

유료대화방, 밤샘 서학개미 늘어
올들어 해외 주식거래액 153조원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일과 6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공모가는 주당 13만5000원이고 NH·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키움증권의 네 곳에서 일반 투자자의 청약을 접수한다. 지난달 24~25일 진행한 기관 투자가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17.3대 1이었다. A씨는 “공모주 청약 시장이 과열돼 ‘(증거금) 1억원을 넣어 1주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사흘치 이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가 ‘무조건 남는 장사’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원방테크는 첫날 종가(4만3700원)가 공모가(5만4300원)를 크게 밑돌았다. 이후 지난달 말까지 한 번도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 초기에는 주가가 반짝 올랐다가 결국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도 적지 않다. 지난달 1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압타머사이언스는 상장 나흘째부터 주가가 공모가(2만5000원)를 밑돌고 있다.
 
주요 공모주 주가 상승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공모주 주가 상승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30대 ‘빚투’ 열풍=연봉 7000만원의 금융회사 직원인 박모(29)씨는 신용대출로 1억4000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주에 투자했다가 3000만원의 손해를 봤다. 그는 주식 투자를 그만둘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주요 6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에서 신규 개설한 주식 계좌를 분석했더니 20~30대의 비중이 57%를 차지했다. 이 중에는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인 ‘주린이’로 불리는 초보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6대 증권사 신규 개설 계좌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6대 증권사 신규 개설 계좌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30대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단체 대화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화방은 참여인원이 1000명을 넘는다. 3년차 직장인 조모(28)씨는 “이슈가 터지면 기사나 ‘지라시’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며 “(대화방 참여자는) 익명이어서 연령대나 직업군은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물이 돈을 받고 투자 종목을 추천하는 이른바 ‘리딩방’도 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중간중간 종목을 짚어주는데 우량주보다는 작전이 쉬운 일명 ‘동전주’가 많다”며 “2~3번 성공했고 한 번 크게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20~30대는 주식 시장에 적응이 빠르다”며 “집값은 너무 비싸고 기성세대처럼 번듯하게 살기 위해서는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별 평균 주식 보유 기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시장별 평균 주식 보유 기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해외 주식 투자도 급증=해외 주식으로 관심을 돌리는 이른바 ‘서학개미’도 늘고 있다. 직장인 B씨(28)씨는 올해 초까지 삼성전자 같은 국내 주식에만 투자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미국 주식이 폭락한 지난 3월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아마존과 넷플릭스 주식을 1200만원어치 샀다. 지난 8월에는 두 종목을 팔아 700만원가량 이익을 봤다.
 
지난달에는 다시 미국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B씨의 주식계좌에는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 10여 개 종목이 있다. 투자금은 총 4800만원인데 일부는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이젠 밤마다 해외 주식의 시세를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매일 밤 10시30분(뉴욕 증시 개장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고판 금액(거래대금)은 1307억 달러(약 153조원)였다.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 거래액(409억85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다. 올해 들어 약 9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20억491만 달러)였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 8월 말 정점(498달러)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투자자의 평가손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부 국내 증권사가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20~30대 소액 투자자도 늘고 있다. 예컨대 3000달러가 넘는 아마존 주식 0.001주를 약 3달러에 사는 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주식을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약 20만 명)의 71.2%가 20~30대였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구글·애플·테슬라 등은 국내 젊은 층도 관심이 많은 주식”이라며 “코로나19는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황의영·성지원·홍지유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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